산업 기업

"싱크대 국내 도입...부뚜막서 주부들 해방시키고 싶었죠"

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 자서전 출간

싱크대사업 결심한 계기부터

위기 극복까지 86년 인생 담겨

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박유재 에넥스 명예회장



“해외 거래처 임원 집에 방문할 때마다 내 시선을 뺏던 곳은 주방입니다. 외국인 부인들은 식탁 옆에서 편하게 서서 채소를 씻고 그릇을 닦았습니다.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일하던 우리나라 여성 모두에게 그 부엌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에넥스의 창업주 박유재(86) 명예회장이 쓴 자서전 ‘팔전구기의 인생드라마’의 한 대목이다. 어머니에게 그럴듯한 주방을 선물하고 싶었던 한 청년의 바람은 아궁이를 쓰던 국내에 입식 주방을 들여오게 했다.


박유재 회장은 1934년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다니다가 무역회사에 입사했고 그의 나이 27세였던 1961년 ‘웅우상사’를 설립해 무역판매 사업에도 도전했다. 그의 삶을 바꾼 것은 주방이다. 박 회장은 “남성들만 일을 해서는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다”며 “여성들을 주방에서 해방시켜야한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1971년 에넥스의 전신인 ‘서일공업사’는 ‘오리표’란 싱크대를 생산했다. 아파트 붐을 타고 싱크대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시 정부는 한강변 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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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회장의 국회 입성으로 인한 경영 공백은 회사에 위기를 불러왔다. 품질 하락, 노조 갈등, 국제통화기금(IMF) 예상하지 못한 악재도 겹쳤다. 박 회장은 본인이 나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비닛 사업을 시작했고 싱크대 상판 연구에 몰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본인 소유의 부동산까지 회사에 넘겼다. 1992년 에넥스로 회사 이름을 바뀌었지만,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제품 출시를 미룰 만큼 박 회장은 품질을 고집했다.

박 회장의 이런 삶이 담긴 자서전은 내달 출간된다. 박 회장은 자서전에서 “당장은 성공처럼 보이지만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당장 실패처럼 보이지만 결국 성공을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며 “나이 든 사람이건, 젊은 사람이건 삶의 굴곡에서 절대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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