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청론직설]"외국인 투자 늘리려면 노동·환경·안전 등 3대 규제 풀어야"

<김성진 외국인투자옴부즈만>

외국인들 국가가 획일적 규제 주52시간 심각하게 봐

근로시간 제한에 발주물량 넘쳐도 다른 나라로 돌려

환경규제도 현실과 수용성 외면한 정책은 산업 파괴

양질 일자리 조성 외투기업에 대한 배타적 인식 바꿔야

김성진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이 5일 종로 그랑서울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옴부즈만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노동과 환경·안전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호재기자김성진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이 5일 종로 그랑서울빌딩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옴부즈만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노동과 환경·안전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호재기자






경기를 살리기 위해 투자가 절실한 요즘 외국인투자기업의 존재는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경쟁국은 공짜로 땅도 주지만 우리의 정책 지원은 미흡하다. 규제에 지친 외투기업은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한다. 김성진 외국인투자옴부즈만은 “외투기업들이 근로시간 규제 때문에 국내 생산 물량을 다른 나라로 돌리는 실정”이라며 “투자를 늘리려면 노동과 환경·안전 등 3대 부문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데도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며 “외투기업 지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5일 김 옴부즈만과 만나 외투기업의 현황과 애로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어땠나.


△굉장히 어려워 보였는데 생각보다는 결과가 괜찮았다. 지난해 FDI가 233억달러(신고 기준) 들어왔는데 전년보다 36억달러 줄었다. 지난 2018년 GM 구조조정 때 36억달러가 들어왔던 것을 제외하면 전년과 비슷하다. 선방한 것이다. 하지만 FDI 잔액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2018년 말 현재 15.1%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갈 길이 멀다.

-올해는 어떨 것으로 보나.

△지난해와 같은 230억달러로 목표를 잡았다. 미중 분쟁이 휴화산 상태이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문제도 실행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어 연초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국내적으로도 유보이익 재투자를 외국인 투자로 인정하도록 법을 바꿔 좀 더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지원책이 강화된 점도 FDI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벌써 신종 코로나에 영향을 받는 모습인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우려된다. 다만 중국으로부터의 FDI는 지난해 9억8,000만달러로 큰 규모가 아니고 부동산 위주여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의 전개에 따라 중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경우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글로벌 기업의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책 변화가 심해 외투기업도 영향을 받았을 텐데.

△옴부즈만 부임 이후 외투기업들로부터 “이 정부는 우리(외투 기업)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과 외투기업 간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고 여기서 대통령이 외투기업도 우리와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며 기업 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국회가 따라오지 못해 안타깝다. 세계은행이 지목한 외국인 투자 고려 요인 중 시장 규모나 거시경제 안정성, 고숙련 노동력 등은 괜찮은데 법률 규제가 문제다. 주한유럽상의 조사에 따르면 외투기업들은 우리 규제가 불투명하고 집행도 자의적이라고 얘기한다.

-외국인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법규는.

△현 정부 들어 노동·환경·안전 등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고 이를 힘들어한다. 이 중 노동 분야, 특히 주 52시간 근로를 심각하게 본다. 근로시간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오늘날 지식산업 사회에서 타당하냐는 것이다. 외국 기업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외투기업들이 유독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미국은 근로시간을 기업과 근로자가 단체협약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초과 근무 때는 근로자에게 가산 임금을 주도록 하지만 고소득 화이트칼라 직종에는 주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근로시간이나 근로장소 등을 근로자에게 맡긴다.

-탄력근로제에 대한 불만도 많을 듯한데.

△외국은 탄력근로제의 기본이 1년이다. 미국은 규정 자체가 없다. 독일은 6개월이지만 근로시간저축계좌제라고 해서 사실상 무제한이다. 우리처럼 3개월인 곳은 없다. 외국인들이 더 기막혀하는 것은 근로시간을 초과하면 최고경영자(CEO)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사에서 잘나가는 사람은 한국 자회사 CEO를 꺼린다. 처벌을 받으면 본사에 돌아가 승진에 결정적 장애가 된다. 주휴수당 제도도 선진국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정책 변화가 구체적으로 영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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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기업들은 지금의 근로시간으로 기업을 꾸려나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모기업에서 발주물량이 와도 근로시간 제한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배정하던 물량을 이제는 다른 나라로 돌린다고 한다. 투자은행(IB) 대표들도 당혹스러워한다. IB는 딜이 있으면 몰아치기를 하고 새벽 퇴근, 당일 아침 출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을 맞출 수가 없다. 한국에 최소 직원만 남기고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옮길지 고민한다는 IB 대표도 만났다.

-강성 노조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나.

△근로조건이 아닌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 외국 기업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서양 사람들은 경영권 침해를 싫어한다. 노사 대화 때 위압적인 분위기를 못 견딘다. 외투기업에도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한국 문화에 우월적 인식을 갖고 있다. 한 외투기업에 파업이 발생하자 법으로 해결하려고 로펌을 찾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노사전문가가 필요한데 그런 개념이 없다. 미국 문화학자인 E T 홀은 각국 문화를 고맥락·저맥락으로 나눴는데 한국은 고맥락 문화로 대화할 때 내용 자체보다 맥락이나 배경이 중요하다.

-환경 문제도 지목했는데.

△구미 불산사고 등 이후 화학물질 규제가 급격히 강화됐다. 건강을 위한 규제에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지만 현실과 수용성을 외면한 정책은 산업을 파괴할 수 있다. 환경사고를 구실로 교조적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득세한 결과라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화학 산업에 대한 우리의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장 강한 유럽과 캐나다 제도 중 센 것들을 모았다. 화학 산업이 발달한 일본 기업도 한국의 규제가 지나치다고 한다.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법률)을 보면 신규 화학물질은 연간 100㎏ 이상 제조·수입할 때 등록을 의무화했는데 미국보다 100배나 강하다. 안전보건공단에 화학물질의 구성성분을 보고하도록 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경우 일본은 제출 물질을 673종만 규정했는데 우리는 규정대로라면 수십만~수백만종에 달한다고 업계는 아우성친다. 샴푸 같은 생활화학 제품의 경우 유해물질 표시 규정이 있다. 향수 등 향료는 화학성분이 300개까지 들어가고 유해물질도 매우 적은 양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용기에 모두 표시하게 했다. 다국적기업으로서는 한국에서만 표시해야 한다. 중국이라면 별 수 없겠지만 한국 시장은 크지도 않기 때문에 차라리 포기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안전규제도 매우 강하지 않나.

△산업안전법에 따르면 CEO에게 많은 것들의 책임을 지우는데 사소한 부분까지 그러면 일을 할 수 없다. CEO로서는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데 형사 처벌을 받는다. 똑똑한 사람이 한국에 오려 하겠는가. 양벌규정이 필요하다면 (CEO가 아닌) 책임을 물을 직급에 해야 한다.

-외투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다른 문제는.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에게 다소 배타적인 면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가 가장 친화적이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삼성전자 런던법인보다 한국GM이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준다며 장사 잘하고 이익을 많이 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얘기를 쉽게 하지 못한다. 외투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다. 2017년 통계로 외투기업의 고용 규모는 전체의 5.7%, 제조업의 8.7%였다. 지난해 취업자가 30만명 늘었는데 외투기업의 신규 고용이 1만8,000명으로 5.9%를 차지했다. 이들 대부분이 양질의 일자리다.

-인식을 바꾸면 투자가 늘 수 있을까.

△국회와 정부, 지자체 일부에는 “우리도 힘든데 외국인들을 왜 도와주느냐”는 인식도 깔려 있다. 안타깝다. 일자리를 만드니까 도와주는 것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FDI 비중이 왜 낮은지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시각을 바꾸면 규제도 줄어들 수 있다. 경기침체 탈출을 위해서라도 FDI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옴부즈만의 역할이 더 중요해 보이는데.

△비자부터 공장 인허가, 세금 문제까지 고충을 덜어주려 옴부즈만제도를 만들었다. 선진국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옴부즈만 사무실에 불편을 말하면 홈닥터라는 전문가가 조사를 거쳐 그들의 주장이 맞을 경우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과 접촉해 해결해준다. 1999년 환란 극복을 위해 해외 자본이 필요하자 제도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활발했다. 그런데 경제가 안정되니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덜해졌다. 지금 조직은 제일 컸을 때의 3분의1도 안 된다. 홈닥터들은 신분과 승진·보수까지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고 사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김영기 논설위원

he is…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19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원 국제투자과장과 금융정책과장·경제협력국장·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을 거쳐 조달청장을 역임했다.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지낸 뒤 2018년 8월부터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으로 일하고 있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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