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가 부채자본시장(DCM)까지 번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일반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용등급 하락의 위험 요소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업체와 은행 등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면 단기적으로 국고채와 회사채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메르스 사태 때를 미루어보면 종식 선언이 발표되기까지 2달여간 국채 3년물 금리는 15bp 하락했다. 기업들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AA-등급 3년물 기준 4bp 확대됐다. 이번에도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이후 회사채 금리는 6.6bp 떨어진 상태다.(2월4일, AA-등급 3년물 기준)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업의 펀더멘탈 약화 우려로 투자심리가 냉각될 수 있다. 직접적 영향을 받는 호텔, 항공, 중국 내수 산업 뿐만 아니라 중국과 거래관계가 있는 일반 기업들까지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채 등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자산으로 투심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본드 발행에도 부정적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3일 계획했던 프라이싱(pricing) 시기를 늦춰 한국시각으로 6일 발행을 공식화하기로 했다. 아시아권에서 달러채 조달에 나서는 곳이 급감하면서 유통금리 등 지표로 삼을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한국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 채권은 약 260억 달러(한화 약 31조원)에 이른다. 정부와 공공기관, 은행에 이어 LG화학, GS칼텍스, 포스코, KT 등 민간기업들도 글로벌 본드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올해도 포스코가 15억 달러 규모 외화채를 발행했으며 대한항공(003490)(3억 달러), KDB산업은행(13억 달러) 등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조달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S&P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오는 6월까지 최고조일 것”이라며 “성장은 올해 후반에나 안정돼 내년 초 일시적 약세에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