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NH' 뗀 올원뱅크…투트랙으로 '디지털 리딩뱅크' 지킨다

[데이터금융이 미래다]

<5>NH농협은행, 모바일뱅크로 환골탈태

'NH스마트뱅킹 원업' 1,625만명 가입 국내 다운로드 1위

올원뱅크는 디지털 특화상품 내놔 일사용자 100만명 목표

올 신규 판매 10조 돌파 계획…전문 인력 양성도 힘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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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핀테크의 벽을 허문 ‘오픈뱅킹’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면서 은행권은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은행들은 저마다 자사 앱의 사용자환경(UI·UX)을 개편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이 이보다 앞서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일찌감치 모바일뱅킹 선두권에 깃발을 꽂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이 지난 2018년 12월 5개의 금융 앱을 하나로 통합해 출시한 ‘NH스마트뱅킹 원업’은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가 1,625만명에 달한다. 은행 앱은 물론 게임을 제외한 모든 앱을 통틀어 지난해 국내 다운로드 수 1위다. 보다 가볍고 젊은 콘셉트를 지향해 특화된 서비스 위주로 꾸린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도 458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특히 NH스마트뱅킹은 은행권 앱 가운데 월간 실사용자(MAU) 수에서도 선두권을 달린다. 스스로를 은행장이 아닌 ‘디지털 익스플로러(탐험가)’라고 칭하는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디지털 전환에 힘쓰며 모바일 플랫폼 강화를 진두지휘한 결과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략 실무를 총괄하는 강태영 디지털전략부장은 “농협이 흔히 ‘농촌스럽다’는 이미지로 각인돼 디지털뱅킹 1위라는 사실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는 농협의 강점을 고객이 피부로 경험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농협이 정말 달라졌다’는 말을 듣겠다”고 말했다.

◇‘NH’ 뗀 ‘발칙한’ 올원뱅크, 은행 속 은행으로=농협은행은 이를 위해 당장 올해부터 올원뱅크를 셀(cell) 조직으로 분리했다. 이름부터 근무공간, 인사관리와 조직모델까지 기존 농협은행과는 완전히 다른 그야말로 ‘은행 안의 은행(Bank In Bank·BIB)’이다. 우선 이름에서 농협의 통합 브랜드명인 ‘NH’를 뗐다. 해외 BIB의 경우 투트랙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회사의 브랜드를 쓰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농업계 특수은행으로서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농협의 정서상 특정 조직을 차별화하기 위해 NH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오히려 이 행장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강 부장은 “NH농협은행은 농협은행대로 가고 올원뱅크는 기존 전통 은행과는 완전히 다른 ‘모바일뱅크’로 가자는 취지”라며 “발칙한 생각과 혁신적인 시도로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원뱅크는 업무공간도 서울 서대문구 본사와 별도로 서초구 양재동의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꾸렸다. 정장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출근해 직위 대신 서로 이름을 부른다. 현업부서원 35명과 정보기술(IT) 인력 10명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것도 기존 은행과의 차이점이다. 강 부장은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려면 모바일 앱의 UI·UX를 상시 개선해야 하는데 한 공간에서 협업하면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반영하기 위해 현업부서원 35명 가운데 10명은 3일 자로 첫 발령을 받은 신입사원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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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원뱅크의 올해 목표는 일간 실사용자 수(DAU)를 현재 6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은행권 앱이 통상 월간 실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경쟁력을 측정해왔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소비자가 매일 올원뱅크를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강 부장은 “전국 1,000여개 영업점에 하루 평균 200명이 방문해도 총 20만명에 불과한데 올원뱅크에 매일 100만명이 찾는다면 지점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며 “디지털 신기술을 반영한 맞춤형 특화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원뱅크는 앞으로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비대면 여수신상품 설계와 금리 책정까지 자체적으로 하게 된다.

◇단순 만족 넘어선 ‘고객 경험의 감동’ 향해=올해 농협은행이 내건 디지털 전략 비전은 ‘고객 경험의 디지털 감동’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단순 편의뿐 아니라 감동까지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에서다. 이를 위해 대표 모바일 플랫폼인 NH스마트뱅킹·올원뱅크의 ‘초개인화’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소비자의 현재 위치에 따라 농협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가맹점을 추천해주거나 빅데이터 분석으로 환율의 흐름을 예측해 외화 환전·전용상품을 미리 제안하는 식이다. 차별화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개인의 소비내역·자산현황 등을 또래의 평균과 비교·분석해주고 그에 맞는 금융상품·서비스를 추천한다.

소비자는 플랫폼을 따라오기만 하면 개인의 여러 가지 금융 수요가 충족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플랫폼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디지털상품 신규 판매 10조원 달성이 목표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출시한 NH올원5늘도적금·올원마이너스대출 등 5개의 디지털 전용 신상품으로만 이제까지 3,67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농협은행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전문인재를 양성·채용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사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신입직원을 채용하면서 디지털 직군 70명 가운데 20명을 빅데이터 전문직으로만 뽑았다. 지난해 9월 ‘범농협 사업과 연계한 융복합 서비스 발굴’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해커톤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인 수상자 2명도 우대 채용했다. 올해까지 데이터 활용에 능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800명을 길러낸다는 계획도 순항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를 위해 서울대 빅데이터 분석과정과 석·박사 학위과정, OLAP·SAS 교육과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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