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기업 비대화 속도에 놀란 정부...2년만에 자율정원조정제 '메스'

총괄부처 기재부와 협의 없이

38개 공기업 정원 수천명 늘려

작년 공공기관 인건비 10%↑

증원 길 터주더니 뒷북 대응

주무부처·공기업 반발 클듯

지난 1월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비대화 논란을 빚은 자율정원조정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지난 1월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비대화 논란을 빚은 자율정원조정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6일 기획재정부가 정책 혼선 비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3년 한시로 도입한 자율정원 조정제도를 2년 만에 조기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무부처와 공기업 자율에 증원 결정을 맡겼더니 정원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 2018년 이 제도 적용 대상 공공기관은 39곳이었고, 지난해에는 38곳으로 한 군데가 줄었다. 인건비 지출을 자체 충당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평가 등급이 ‘C’ 이상이어야 자율정원 조정제도 대상이 된다. 대부분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메가 공기업’이 해당된다.


◇38곳 공기업 대상=국토부 산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규직 정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2만8,434명, 2017년 2만8,766명으로 고만고만하던 정규직 정원은 2018년 2만9,814명으로 3.6% 늘더니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8.2%로 2배 이상 껑충 뛰면서 3만2,273명까지 불어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지난해 말 정규직 정원이 7,307명으로 1년 전보다 8.2% 늘었다. 한 해 전 증가율 4.7%와 비교했을 때 가파른 증가세다. 늘어난 정원 가운데 상당수는 자율정원 조정제도를 활용해 공공기관 정책 총괄 부처인 기재부와 협의 없이 주무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의만으로 결정됐다. 자율정원 조정제도가 없었다면 증원 결정을 기재부와 사전에 협의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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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40곳에 가까운 이들 공공기관들이 자율정원 조정제도를 활용해 수 천명의 정원을 늘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원을 늘려놓고 기재부에 통보를 하지 않은 곳들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 천 명의 정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공공기관 인건비 10% 급증=지난 2년 간 ‘묻지마 증원’의 길을 사실상 정부가 터주면서 공기업 비대화와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54개 공공기관 인건비는 1년 전보다 10.8% 늘어난 27조7,444억원에 달했다. 기재부가 제도 조기 폐지 방침을 정했지만, 공운위 내부에서의 반대는 물론 주무 부처와 공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한 위원은 “공공기관 정원이 너무 많이 늘었다고 해서 제도를 바로 종료하는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증원 숫자만 보고 제도를 폐지하고자 하는 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위원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자율정원 조정제도가)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 비대화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려해 고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공기업 뿐 아니라 중앙·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등을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 일자리는 243만1,000개로 1년 전보다 2만개(0.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일자리가 14만5,000개에서 15만9,000개로 전년 대비 9.1% 늘어나면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주력 경제활동연령층인 30~39세 일자리는 65만2,000개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40~49세 일자리도 70만1,000개로 전년 대비 1.7% 줄었다./세종=한재영 조지원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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