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현아 연합 견제해 명분 쌓기...소액주주 불만 잠재워 표심확보

[조원태, 송현동땅·왕산레저 매각]

사외이사 후보추천위 독립성 강화

KCGI "단순 미봉책 내놨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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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이 6일 내놓은 대한항공(003490) 경영쇄신안은 크게 세 가지 의미다.

먼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맡았던 호텔 사업 매각을 본격화 해 경영능력 부재를 공론화, 복귀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자산 매각, 비수익 사업부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한편, 대한항공의 지배구조 선진화에 선제적으로 나서 소액주주 표심을 얻어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도 있다.


대한항공의 대규모 부동산 매각은 조 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한 명분을 쌓는 밑거름이다. KCGI를 비롯한 주주들은 대한항공의 비수익 사업 정리 등 재무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지난해 대한항공은 대내외적 상황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주총에 앞서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한편, 주주들의 가치 훼손을 만회할 방안으로 유휴부지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당초 송현동 부지는 삼성생명이 국방부에서 토지를 매입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무산돼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2,900억원에 인수했다. 한진그룹은 한옥형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추진했지만, 주변에 위치한 학교 시설에 따라 적용되는 학교보건법 때문에 호텔 건립이 진행되지 못했다. 주변에 교육시설, 경복궁 등 사적이 있어 상업개발이 제한되다 보니 주변 부동산 시세에 한참 낮은 5,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부지를 매각하면 2,000억원의 매각차익, 연 2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KCGI가 주장했던 방안 중 하나였던 왕산레저개발 매각은 사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1년 인천광역시와 ‘왕산마리나 사업’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대한항공이 1,493억원을 투자하고, 인천광역시가 167억원을 지원해 운영됐다. 하지만 왕산레저개발은 매년 적자를 지속해 산업은행에서 799억원을 차입했으나, 상환 여력이 없어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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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이번 이사회에서 비핵심사업과 유휴자산 중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연내 매각을 공표한 것이 주주들에게 본인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명분을 제시하는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 사업에 애착이 큰 조 전 부사장은 왕산레저개발 대표로 재직한 뒤 적자를 지속했을 뿐 아니라, 송현동 부지 한옥 호텔 건립 사업 중단,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개발 중단 등 호텔사업으로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를 선언한 셈이다. 조 회장의 계획대로 매각이 완결된다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역시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조 회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개편,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으로 ‘투명경영’을 강조한다면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연합군의 명분까지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역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오는 7일 예정된 한진칼(180640) 이사회에서도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투명화 △조 전 부사장 입지 약화 등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 경영쇄신안이 조 전 부사장 측이 내놓을 주주제안보다 주주들의 표심을 자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KCGI는 대한항공 이사회에 앞서 조 회장의 경영 쇄신안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KCGI는 “경영진이 올해도 또 다른 미봉책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지위 보전에 급급한 대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이번 공동보유 합의는 단순히 가족 간 분쟁이 아닌 그룹을 특정개인의 사유물과 같이 운영하는 경영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2조3,000억원, 영업이익 2,909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 56.4%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708억원으로 지난해(-1,074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대한항공은 “한·일 갈등,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중·장거리 노선 승객 확보, 카카오사업 제휴 등 협력을 확대해 수익성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서종갑기자 see1205@sedaily.com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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