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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적받은 '금소처 기능'…감사원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 마련하라"

■감사원 '금융소비자 보호시책' 점검 결과

선진국 건전성 감독·소비자보호 분리 추세

韓은 금감원이 모든 기능 담당하는 통합형

현체계상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추진 미흠

금소처 분리 독립 등 개편논의 재점화 전망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와 혁신금융 지원 기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와 혁신금융 지원 기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미흡을 지적하면서 금융위원장에게 장기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기구가 설립되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업무수행을 통해 소비자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감사원의 의견을 수용했다. 다만 금감원은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논의는 큰 틀의 정부 조직개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차례 논의를 거듭해온 금소처 분리 독립 등 금융위·금감원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다시 한번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6일 ‘금융소비자 보호시책 추진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실태 점검은 지난 해 7월 4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금융소비자 보호시책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는 게 목적이었다.

감사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모두 금감원이 모두 담당하는 통합형 현 체계로는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계속 미흡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2008년 금융위기 계기 불거진 기능 분리 문제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기능을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추세다.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2008년 키코(KIKO·환율파생상품) 사태, 2011년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9년 금감원에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인 소비자본부를 신설했고, 2012년 소비자보호 부문을 검사·감독 부문으로부터 분리하여 원장 직속의 금소처를 설치했다.

정부는 2012년 금감원과 별도의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및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다. 2014년에도 ‘금융소비자 정책 종합계획’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추진을 재차 발표했다. 심지어 금융소비자 기구 분리·설치는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여러 논의에도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금감원은 2018년 2월 금소처장의 직급을 부원장보에서 부원장으로 격상하고,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은 보험 부문의 검사·감독부서를 금소처에 배치하는 등 조직 및 인력을 강화해왔다.

감사원./연합뉴스감사원./연합뉴스


■감사원 “제도 개선방안 모색 필요”


하지만 감사원의 그간의 기능 및 조직 개편 노력에도 금융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직과 인력을 확대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건전성 검사·감독 부서 일부가 금소처 산하에 편제되면서 소비자 보호조직·인력은 오히려 축소 253명(2016년 2월)에서 178명(2018년 2월)으로 축소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인력과 조직 문제 뿐 아니라 민원 검사와 제재 실적이 감소하는 등 민원처리 기능이 약화 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소비자보호와 건전성 감독 간 업무 조정을 위해 심의·보좌기구를 설치하고도 소극적으로 운영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단일 기관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담당하는 기존 금융감독체계는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데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방침과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 지적에 금융위 ‘수용’ 금감원 ‘신중’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에도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기구가 설립되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업무수행을 통해 소비자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감사원의 의견을 수용했다. 다만 금융위는 “독립적인 기구 설립은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기반으로 국회와 함께 논의하여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향후 국회 입법과정을 지원하겠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논의는 큰 틀의 정부 조직개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며 “국회는 물론 학계·연구계·일반소비자 등 관련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월 23일 조직 개편을 통해 금소처 조직을 현 6개 부서 26개 팀에서 13개 부서 40개 팀으로 확대했다. 부원장급인 금소처장을 돕는 부원장보도 현재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조직 개편 당시 민경진 부원장보(기획·경영)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금융소비자보호처 총인원이 278명에서 356명으로 늘어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돼 시행되면 추가로 인원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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