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 디스럽터] 남들이 헛소리라 말할때, 진정한 혁신이 시작된다

■데이비드 로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남들이 헛소리라 말할때, 진정한 혁신이 시작된다




“에어비앤비를 봅시다. 호텔 사업을 해본 적도 없고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세운 기업입니다. 나도 음악 산업을 전혀 몰랐어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죠. ‘아, 레코드 회사들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세상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문제에 달려들었어요. 어떤 환경에서 우리는 비이성적이야 합니다. 혁신은 그렇게 일어납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스포티파이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엑은 2006년 레코드 회사들을 수없이 찾아 다니며 비싼 플라스틱 디스크를 그만 팔고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무료제공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로부터 10여 년. ‘음원 스트리밍’은 음악 시장의 대세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 수 2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업체로 발돋움했고, 모든 음반업체들이 스포티파이와 손을 잡고 있다.

하지만 피지컬 앨범만이 음악을 판매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레코드 회사에 엑 CEO의 말은 얼마나 ‘헛소리’ 같았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혁신은 이처럼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헛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스포티파이의 성공 스토리는 보여준다.


미국의 기술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로완이 기존 시장을 완전히 뒤흔들고 새로운 판을 짠 기업과 전략들을 소개한 신간 ‘디스럽터’의 서문은 스토티파이의 CEO 다니엘 엑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엑 CEO처럼 언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혁신적인 방법을 적용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디스럽터’라고 명명했다. 올해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핵심 전략도 바로 ‘디스럽션(disruption·파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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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혁신을 이뤄낸 디스럽터들은 고만고만한 땜질이나 보여주기식 ‘혁신 연극’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들은 기존의 관점을 완전하게 뒤집어 놓는다. 이전에는 관점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우편집배원들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으로 시골 소매점을 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허브로 만든 ‘요우러’나, 해커를 고용해 시스템 오류를 찾아낸 미 펜타곤, 디지털화를 통해 국경을 지워버린 ‘블록 체인 국가’ 에스토니아의 추진력, 코워킹 서비스를 위해 건물 설계까지 바꾼 픽사 등의 시도가 그렇다.

그런가 하면 실체 없이 남발하는 형식적인 전략은 기업의 생태계를 더욱 위험에 빠트린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대규모 조직에서 혁신으로 추앙 받는 전략은 대부분 ‘혁신 연극’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정해진 규칙에 맞게 홍보부서에서 지시하는 대로 추진하는 혁신은 사고방식과 문화의 급진적 변화에 직면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추진하는 ‘가짜 혁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뼈대를 유지한 채로 살을 붙이거나 모난 곳을 약간씩만 갈아내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단순한 리모델링일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혁신 연극’이 아닌 ‘진짜 혁신’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저자는 실패할 수 있는 실험을 견뎌내고 심지어 장려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쓰러져가던 호주 항공사 콴타스의 화려한 부활을 예로 들었다. 콴타스항공은 2014년 28억4,000 호주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후 로열티 프로그램 매각 압력에 시달렸다. 그러나 앨런 조이스 CEO는 그룹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20억호주달러를 투자하는 대규모 변신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비용을 줄이고 프로세스를 중앙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 경험에 투자하고 직원 몰입도를 심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령 개를 산책 시키면 항공 티켓을 주는 등 다소 황당한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제공됐다. 하지만 항공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비스는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고, 이러한 노력은 2018년 콴타스가 160억 호주달러라는 유례없는 세전 이익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혁신적 프로젝트가 가능하기 위해선 ‘애자일(Agile) 사고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저자는 조언한다. 특히 위계질서가 확고한 조직이 ‘혁신 연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가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만2,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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