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수기안인(修己安人)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자신을 갈고닦아 이웃사람을 편하게'

신종 코로나 확산일로 속 되새겨 볼때

스스로 전염가능성 우려해 자가격리

의료진 돕고 감염확산 막는 최고의 길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집중돼 있다. 국제적으로 개별 국가의 철저한 방역에도 불구하고 감염자 추세가 꺾이지 않고 증가 일로에 있다. 특히 중국만 봐도 확진자가 3만명을 넘겼다. 이제 신종 코로나는 전염에만 한정되지 않고 관광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시민은 모두 개인위생에 주의하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 세상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고 가깝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이동과 교류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는 바이러스가 특정 지역에 한정됐을 수 있지만 바야흐로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다 보니 바이러스의 확산 범위가 자연히 지역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제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핵 확산과 함께 인류의 운명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핵심 의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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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종 코로나 확산 현상에서 사람의 역할에 대해 새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진장의 한 사람은 우한을 방문했지만 필리핀을 다녀왔다고 거짓말하고 춘제 연휴 기간에 3,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연회나 결혼 피로연에 참석했다. 얼마 뒤 문제의 사람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신과 접촉했던 7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고 4,000여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가격리를 했더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자신만이 아니라 7명의 확진자와 4,000여명의 자가격리자가 생겨나지 않을 수 있다.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 이 사실을 숨기고 병원 진료를 받는 일도 있었다. 문제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자 의료진을 비롯한 100명 이상이 자가격리 상태에 놓이게 됐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병상·약·의료진의 부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환자인 양 병원진료를 본 것은 누군가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기회를 빼앗아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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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가짜뉴스가 방역에 혼선을 주고 지역 시민에게 커다란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거나 방문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거짓소식을 올려 해당 기관은 확인 전화로 업무가 힘든데다 오해를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급기야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에 지하철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 행세를 해 주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생겨났다.

‘논어’는 전체가 1만2,500여자로 돼 있지만 수기안인(修己安人)으로 내용을 압축할 수 있다. ‘수기’는 자신에게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넣어 보충하고 넘치는 부분을 덜어내서 감축하라는 뜻이다. 사람이 수기를 하게 되면 과도하게 모자라고 넘치는 부분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안인’은 사람이 균형 잡힌 수기를 바탕으로 주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논어는 사람이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이웃 사람과 평안한 삶을 가꾸는 지혜를 담고 있다. 이러한 지혜는 신종 코로나가 확산 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우한에 다녀왔다가 연회에 참석하고 싶더라도 참고 스스로 자가격리하고 병원 진료를 받을 때 전염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그 사실을 알리면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고려하면 좀 더 신중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신중함은 마스크·병상·치료제·의료진 등 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소중한 지혜가 된다. 우리는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접하며 바이러스의 감염을 우려하는 약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수기안인의 지혜를 발휘하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의료진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의료진이 늘어나면 바이러스의 확산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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