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용 마스크·손 소독제 매점매석(買占賣惜) 행위와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를 기회삼아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대량 사놓고 비싼 값에 시장에 팔아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인데요, 정부는 해당 제품 시장교란 행위를 잡겠다며 점검 회의까지 열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물가안정법)에 있습니다. 이 법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매점매석 행위자를 지정하고, 매점매석 행위로 적발될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5일 0시부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대상으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고 있죠. 기한은 오는 4월 30일까지입니다.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따른 가격 인상, 국세기본법 상 탈세, 관세법에 따른 밀수출 등의 범죄 행위를 일일이 열거하며 마스크 생산자와 판매자를 대상으로 단단히 엄포를 놨습니다.
정부가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한 것은 ‘마스크 대란’을 둘러싼 여론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마스크 사재기 움직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마스크값 실화냐’라며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마스크 폭리 판매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공포가 엄습하는데 사실상 유일한 예방 도구인 마스크를 구할 수 없게 되니 대중 불만이 폭발한 것이지요. 여기에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대량을 사 출국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악화 여론을 자극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허겁지겁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추진했습니다. 청와대도 마스크 사재기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정부에 즉각적인 대응을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마스크 대란’을 방치 했다가는 자칫 총선을 앞두고 대형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 정부 내에서는 법제처 심사와 규제 심사, 예고 등의 절차가 있어 고시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여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정책 결정권자들이 강하게 밀어붙여 최초 검토 시점으로부터 불과 일주일여 만에 고시까지 나오게 됐다는 후문입니다. 그 결과 고시 이틀 만인 7일 마스크 과다 반출이 30건 적발되고, 매점매석 행위 신고는 703건이나 들어왔습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요즘은 온라인으로 시시각각 여론이 바뀌고 소문이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에 정책 대응도 순발력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