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라이프

중국 여행자·교포 등 진료거부 논란

신종 코로나와 관련 없는 증상·질환은

"일상적 진료를" 보건복지부 지침 불구

의료계 "확진자 확인땐 폐쇄 등 불이익"

함께 논의해 합리적 진료지침 제시해야

골절 등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한국을 찾은 교민과 최근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주한(駐韓) 중국인 등에 대한 진료거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의료계와 논의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속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교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 7일 한국에서의 진료거부와 관련된 한 교포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6일 베이징에서 산책 중 발목이 골절돼 깁스를 한 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발열 또는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없고 보건소에서 이야기해준 선별진료소 운영 병원의 음압실에서 찍은 폐 사진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정형외과 진료를 거부당했다. 그는 “오죽 급했으면 내 나라로 왔겠냐”며 답답해했다.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다른 회원도 “2주 격리가 끝났는데도 병원에서 진료예약을 취소했다”며 울분을 털어놨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중국 등을 방문한 적 없이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중국인, 중국인을 배우자로 둔 내국인에 대한 진료거부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입을 벌린 상태에서 진료가 이뤄져 침방울(비말)을 통해 감염이 일어나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경계감이 클 수밖에 없는 치과에서도 최근 해외 방문자 등에 대한 진료거부 민원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오면서 엿새째 격리 상태가 지속 중인 광주광역시 21세기병원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나오면서 엿새째 격리 상태가 지속 중인 광주광역시 21세기병원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의료기관에서는 의약품안심서비스(DUR)와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프로그램(ITS)으로 환자의 중국 등 방문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에 대응지침을 내려보내 중국 등 해외방문자가 신종 코로나와 관련 없는 증상이나 질환으로 내원하면 ‘일상적인 진료’를 하라고 당부했다. 의학적 판단이 아닌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해당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가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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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병원협회, 관련 학회 등과 논의해 불필요한 진료거부가 발생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신종 코로나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오늘 ‘신속 유전자증폭(리얼타임 PCR)’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어도 내일 검사에서 양성으로 바뀔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병·의원들은 그래서 중국·동남아 방문자 등에 대한 진료를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의료원이나 큰 병원으로 미루려는 경향을 보인다. 나중에 확진자가 들렀다는 게 확인되면 임시 폐쇄와 환자들의 기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내과 전문의 L씨는 “대만에서는 정부가 의료진과 방역현장 인력에게 우선 마스크를 공급하고 국민에게 유료 지급하고 있다는데 우리 정부는 그런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진료거부를 처벌하겠다는 엄포만 놓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대로 호흡기 증상이 있어 신종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는 환자에게 ‘최근 중국·동남아 여행을 다녀 왔느냐’고 묻지 않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진료하는 동네 병·의원 의사들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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