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와 마제석기·농경·정착생활 등은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전환을 구분 짓는 대표적 특징들이다. 이 중 토기의 발생은 동북아시아에서 신석기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시대 토기는 ‘고산리식 토기’이다.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앞 해안단구 대지에 넓게 형성된 사적 제412호 제주 고산리 유적에서 처음 발견돼 출토지의 이름이 붙은 토기 형식이다. 후기 구석기에서 초기 신석기에 걸친 시기로 분류되는 이곳 유적에서는 석기 9만9,000여점, 토기 조각 1,000여점이 출토됐다.
이곳에서 발굴된 토기는 점토에 줄기가 연하고 부드러운 초본류의 식물을 섞어 제작됐기 때문에 표면에 식물의 줄기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출현 시기는 토기와 함께 출토된 좀돌날석기 등의 유물로 미뤄 대체로 약 1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식물 혼입 토기’는 러시아·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 두루 확인되는데 모두 후기 구석기 시대 석기들과 함께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후기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이행되는 전환기 문화양상을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되는 이유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신석기 초창기 토기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강정동과 삼양동 등 유독 제주도에서만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 이외의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이들 신석기 초창기 토기가 러시아와 일본에서 바로 제주도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견해와 해석이 있다.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신석기 초창기 토기가 발견되기를 기대해본다.
/ 조미순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