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수입감축' 현실화…LNG·원유·구리 가격 줄줄이 추락

■신종 코로나發 에너지 시장 혼란

LNG 수입 세계2위 국가인 中

이달 해상수입 70% 취소 위협

2.95달러로 사상최저가 찍어

WTI 가격도 5주연속 하락세

中, 칠레엔 구리 선적연기 요구

브라질 대두 역시 항구에 묶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 시장도 대혼란에 빠졌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수요 감소를 이유로 수입을 취소하는 등 폐쇄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수출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수입업자들이 신종 코로나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급감으로 50여척의 LNG화물선이 싣고 온 LNG 수입을 취소하겠다며 전 세계 가스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취소물량을 모두 합하면 이달 기준 중국의 LNG 해상수입 규모의 최대 7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LNG 감축 행렬에는 중국 메이저 3대 석유업체 모두 동참하고 있다. 중국 최대 LNG 수입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불가항력’을 내세워 로열더치셸과 토탈을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에 선적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도 최근 수입을 취소하거나 수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LNG 수입 규모가 두 번째로 큰 국가인 만큼 이번 조치가 가스 시장에 미칠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 업체인 토탈은 중국 측의 수입 취소 통보를 거절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직접 나서 중국 업체에 불가항력 증명서를 발급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증명서는 무역거래 중 감당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으로 화물의 멸실이나 손상, 계약 불이행 등이 발생해 계약상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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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무풍지대’ 남미지역도 신종 코로나 리스크에 직면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광시난궈를 비롯한 중국 구리 수입업체들은 칠레 광산업체에 선적 연기를 요구했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구리 수입국이며 칠레는 최대 생산국이어서 칠레의 경제적 타격은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브라질산 대두도 항구에 하역되지 못한 채 중국 동부 해안에 묶여 있다. FT는 “중국에서 원자재 교역량이 가장 큰 항구 중 한 곳인 광저우항에서 최근 출근하는 직원 수가 평소의 3분의1 이하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시노펙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음달 원유 공급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산유국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8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OPEC+) 소속 산유국 전문가 대표가 모인 기술위원회는 신종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연말까지 감산 기간을 연장하고 감산 물량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OPEC+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원유 가격을 올리기 위해 올해 1·4분기까지 하루 평균 50만배럴을 더 감산해 감산량을 하루 170만배럴로 올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입 감축으로 관련상품 가격이 급락하는 추세다.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사상 최저치인 2.95달러(100만BTU당 가격)로 추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도 7일 기준 톤당 5,663달러로 전월 대비 7.9%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LNG 구매 감소는 유럽과 아시아의 온화한 겨울 날씨와 미국의 증산으로 인한 공급과잉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온 시장에 또 다른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도 주춤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도 7일 기준 전날 대비 1.2% 떨어진 50.3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카고 상품거래 업체인 제이너그룹의 피트 토머스 부사장은 “신종 코로나의 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모든 상품 부문의 구매력 감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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