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신종코로나 27번 환자 기침증상 보였지만…마카오 입국자라 '무사통과'

[신종 코로나 검역망 허점]

입국 후 선별진료소 방문 불구

폐렴 증상 없다며 검사도 안해

25번 확진 때까지 통제도 없이

음식점·마트 등서 40여명 접촉

중국인 유학생 대거 입국 앞두고

中전역 제한 목소리 커지는데

정부는 여전히 "추이 지켜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25~27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경기도 시흥시의 한 병원 선별진료소에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흥=연합뉴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25~27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경기도 시흥시의 한 병원 선별진료소에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흥=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7번 환자는 중국 광둥성에 체류했고 지난달 24일부터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났지만 마카오에서 입국했기 때문에 31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는 등의 ‘특별입국절차’를 밟지 않았다. 모든 입국자가 수행하는 발열 검사 등의 입국장 검역에서도 열이 없어 통과하고 함께 사는 시어머니인 25번 환자가 확진될 때까지 어떤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마카오와 홍콩은 오염 지역 지정이 돼 있지 않아 27번 환자 역시 다른 항공편과 함께 일반적인 검역을 받았다”며 “입국 과정 중 증상의 신고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발열이 없어 입국장 검역에서 잡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7번 환자는 또 입국 이후 인후통·기침·발열을 호소하며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흉부방사선 촬영 이후 폐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확진 검사를 받지 않았다. 27번 환자의 시어머니인 25번 환자 역시 7일 오전 아들인 26번 환자와 함께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의심환자 기준이 확대된 첫날이라 확진검사 수행 기관과 병원 사이의 혼선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25번 환자는 8일 같은 선별진료소를 재방문, 확진검사를 수행했고 9일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그 사이 경기 시흥시 내 음식점과 마트 등에서 43명의 접촉자가 발생했다.

최근 14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통해 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용 입국장을 개설하고 모든 입국자의 국내 거주지와 실제 연락처를 확인하는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됐지만 후베이성 이외에도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가 퍼져나가고 2·3차 감염자가 잇따르며 입국제한 지역과 특별입국절차 시행 지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국발 입국자가 1만3,000명에서 5,000명으로 줄었고 당국의 방역 조치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후베이성 외 명시적인 입국제한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 역시 싱가포르나 태국·마카오·홍콩 등으로 특별입국절차 적용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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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는 12일부터 특별입국절차에서 매일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앱 설치 이후 중국에서 들어온 입국자는 매일 아침10시에 문자메시지 및 정기 알람을 받고 자가진단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입국 2일 차 밤 24시까지 자가진단정보를 입력하지 않을 경우 방역당국이 유선 연락을 취한다.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경찰청을 통해 위치 파악도 나선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내 확진환자들이 정부의 방역망 내에서 비교적 관리가 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부본부장은 이날 “중국 내에서 확진자 수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지역별 차이 등 추가적인 확산 위험성을 기반으로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춘제 연휴가 끝나고 대학교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유학생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대거 돌아오며 이들이 지역사회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중국인 유학생은 7만명이 넘는다. 교육부는 앞서 대학에 4주 이내로 개강을 연기하도록 권고한 바 있지만 유학생 관리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학은 ‘제각각 대응’에 나섰다.

의료계에서는 바이러스의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입국제한을 확대하고 동남아 등에서 입국하는 이들 역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고려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외부유입을 막지 않고 내부 확산을 막겠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입국제한·특별입국절차 적용지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산둥성에 체류 중인 교민 일가족 3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의 가족으로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현재 3명의 상태는 안정적이며 중국이 제공한 양호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11번 환자 역시 이날 퇴원했다.
/세종=우영탁·김지영기자 tak@sedaily.com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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