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韓맥주 '종량세 날개', 안방왕좌 되찾는다

수제맥주 稅부담 30% 줄어들고

'4캔 1만원' 공세에 판매 9배 쑥

'편의점 매출' 국산, 외산 역전 눈앞

日불매에 아사히·삿포로는 김 빠져

1115A06 국산맥주 VS 수입맥주 매출 구성비 수정1



수제 맥주를 필두로 한 국산 맥주가 고속 성장하며 수입 맥주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종량세 개편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수제 맥주가 편의점의 간판 할인 행사인 ‘4캔(500㎖) 1만원’ 프로모션에 합류하면서 국산 맥주의 역전극에 불씨를 당겼다. 일본 맥주의 추락으로 수입 맥주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어 가정용 맥주 시장의 각축장인 편의점에서 조만간 국산 맥주가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주요 편의점이 수제 맥주 4캔 1만원 행사를 일제히 실시하면서 수제 맥주를 포함한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의 매출 비중을 역전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세븐일레븐에서는 국산 맥주의 매출 비중(52.5%)이 수입 맥주의 매출 구성비(47.5%)를 3년 만에 넘어선 데 이어 이달 들어 CU에서는 국산 맥주(49.7%)와 수입 맥주(50.3%)의 매출 비중이 0.6% 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올 1월 말 기준 GS25에서 국산 맥주의 매출 비중(47.3%)은 50%를 넘보고 있다. 국산 맥주가 근소한 차이를 뛰어넘어 수입 맥주를 앞지르게 된다면, 지난 2017년 이후 줄곧 편의점 매출 1위를 수성하던 수입 맥주의 자리를 꿰차게 되는 것이다.

일부 국산 맥주도 4캔 1만원 행사에 뛰어들었다. 현재 ‘카스 후레쉬’ ‘클라우드’ ‘오비 라거’ 등이 4캔 1만원에 판매된다. 수입 맥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산 맥주와 높은 가격대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던 수제 맥주까지 파격적인 할인 전쟁에 참여하면서 맥주 시장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월부터 적용된 주세법 개정이 한 달간의 조정 기간을 마치고 2월부터 가격에 반영되면서 맥주 시장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2010년대 초반 4캔 1만원 행사로 편의점 맥주 시장을 선점한 수입 맥주를 제치고 국산 맥주가 다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가 재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올해부터 시행된 종량세가 있다. 종량세는 ‘가격’에 따라 과세하는 종가세와 달리 일괄적인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때문에 높은 재료비로 인해 종가세 체계 하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수제 맥주가 52년 만의 주세법 개편으로 호재를 맞이하게 됐다. 수제 맥주 업계에서는 최대 30% 세금 절감 효과를 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제주맥주 등 수제맥주 업체는 캔맥주 출고가를 기존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덕에 그간 수입 맥주 위주로만 전개되던 4캔 1만원 행사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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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제 맥주를 할인하자 매출이 큰 폭으로 올랐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할인 행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지난 1~6일 기준 국내 수제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배 신장했다. 같은 기간 CU에서는 국산 수제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국산 수제 맥주 역사상 최고의 신장률이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지난 2012년 수입 맥주 4캔 1만원 행사 이후 수입 맥주 매출이 급증했듯이 4캔 1만원 행사는 소비자의 맥주 선택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서 “현재 국산 수제 맥주가 전체 국산 맥주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한 달 전에 비해 1.5배 성장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 맥주는 이달 들어 위세가 꺾였다. CU에 따르면 수제 맥주 4캔 1만원 행사가 시작된 2월 1일부터 지난 6일까지 국산 맥주는 6.6% 신장한 데 반해 수입 맥주 매출은 40% 급감했다. 불매운동의 여파로 수입 맥주의 대표주자인 일본산 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인기 판매 순위에서도 일본산 맥주는 찾아볼 수 없다. 대표적인 일본산 맥주 ‘아사히’, ‘삿포로’ 대신 ‘하이네켄’과 ‘칭따오’, ‘스텔라’가 수입 맥주 상위 3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사이의 반전된 분위기는 올해 계속될 전망이다. 편의점업계는 연내 수제 맥주 품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국산 수제 맥주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등 질적 성장을 이뤄내면서 올해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특히 캔맥주 성지인 편의점 채널이 소규모 양조장의 국산 수제맥주를 앞다퉈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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