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진보진영도 대통령 탄핵사유라는데 靑은 왜 말 없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의 공소장 내용이 알려진 뒤 진보진영에서도 “대통령 탄핵사유”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으나 언론의 취재로 공소장 전문이 보도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 후보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민정수석실 등 비서실 조직 8곳을 동원했다. 청와대가 당시 야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의혹 첩보를 경찰에 보내 수사를 지시했고 송 후보의 당내 경쟁자 매수를 시도한데다 송 후보의 공약 작성을 지원했다는 혐의도 들어 있다.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선거 중립성이 특별히 더 요구된다’는 등 ‘대통령’이 35차례 언급됐다.


공소장에는 “심각한 위법임을 인식했다”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진술도 있다. 진보 성향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사유이자 형사처벌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분(문 대통령)은 가타부타 일언반구가 없다”며 “왕정이거나 입헌군주제 국가인가”라고 반문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범죄 유형이 이승만 시절의 3·15부정선거에 가깝다”고 말했다. 앞서 참여연대와 정의당도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에 대해 “무리한 감추기 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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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의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500여명도 10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확인될 경우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드루킹 댓글조작과 선거 개입 의혹 등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건이 연거푸 터졌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침묵하거나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진정 선거부정을 뿌리 뽑을 생각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청와대 연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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