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각 지방자체단체의 봄축제가 잇따라 무기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상당수 기초 지자체의 경우 축제나 행사를 통한 관광객 유치가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지역 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영덕군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강구항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영덕대게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영덕대게축제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국가지정 예비축제이자 경북도 지정 최우수축제다.
영덕군은 또 비슷한 시기에 개최 예정이었던 중등축구연맹전, 꿈나무축구 겨울페스티벌은 물론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개최 예정이었던 물가자미축제까지 전격 취소했다. 지난해 대게축제를 포함해 이들 4개 축제·행사 방문을 위해 23만6,000명이 영덕을 찾았고 163억원의 소비지출이 발생했으나 올 봄에는 이같은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영덕군 외에도 경북에서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2.27~3.1), 포항 구룡포대게축제(2.28~3.1) 등 3월 초까지 열리는 행사들이 코로나 여파로 취소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대표축제의 연기 및 취소로 상인들의 상실감이 아주 크다”며 “봄축제가 몰려있는 4·5월까지 감염증 여파가 계속되지 않을지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충남 논산천 둔치와 딸기밭 일원에서 이달 19~23일 열릴 예정이던 논산딸기축제가 전격 취소됐다. 이 때문에 딸기 농가의 직접적 피해가 현실화됐고 축제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던 지역사회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논산지역 딸기 농가는 모두 2,100개 가구로 연간 1,5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8,100명이 딸기 농가와 관련을 맺고 있다. 논산시 인구 12만8,000명을 고려할 때 15명당 1명이 딸기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논산시는 딸기축제 기간 중 방문객이 35만~40만명에 이르고, 딸기체험 및 딸기구매 등으로 1인당 4만원을 지출하는 등 160억원 내외의 직접적 매출이 창출된다고 보고 있다. 딸기축제 취소로 이 같은 경제적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정시욱 논산시 농업기술센터 딸기팀장은 “딸기농가 연 매출의 10% 정도를 딸기축제를 통해 올리고 있는데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딸기 매출확대를 위한 홍보 강화 등 딸기농가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여수시와 고흥군이 계획했던 여수~고흥간 연륙·연도교 개통 기념 전국 마라톤대회가 연기됐다. 양 시군은 연륙연도교 개통을 앞두고 오는 22일 마라톤대회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봄꽃 축제인 전남 광양 매화축제(3.6~15)도 전면 취소됐다. 광양시는 축제 개최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최근 광양매화축제추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축제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남군도 다음달 땅끝매화축제를 취소했다.
이밖에 울산시에서는 가을 태풍을 피해 봄꽃이 만개한 4월에 개최하기로 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취소 또는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전국에서 찾는 관람객이 많고 해외 인사들도 많은 만큼 현재로선 4월 개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 역시 봄축제의 개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다음 달 부산에서는 낙동강변이나 해안가를 따라 곳곳에서 벗꽃축제 등이 열리는 데 현재 주관 기관마다 감염증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개최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
/안동=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