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자리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여 경찰 40여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다툼을 벌인다는 신고를 받고 오전7시30분께 순찰차 7대를 대동해 의경을 포함한 경찰관 40여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출동 당시 공사장 안쪽에서는 한국노총 소속 건설 노동자 30여명과 안전 교육을 받던 민주노총 건설 노동자 10여명이 대치 중이었다. 원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업장 투입 준비를 위해 교육을 받기로 돼 있었지만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여기에 참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따지는 과정에서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고성이 일부 오갔지만 부상자나 몸싸움이 없었다고 판단해 현장 계도 후 사건을 마무리했다. 다만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오늘 안전교육을 받고 가겠다”며 농성을 이어가 오후까지 일부 경찰 인력이 이들을 주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타워크레인 4대가 있었고 만에 하나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이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마지막 조합원이 나갈 때까지 현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 일자리를 둘러싼 양대 노총의 밥그릇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대 노총은 지난해 5월 서울 강남 개포 8단지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도 자신의 노조원들이 먼저 고용돼야 한다면서 충돌을 벌이는 등 갈등 전선을 지금껏 이어왔다. 당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안전교육장에 진입하려고 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서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그 결과 13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7명은 타박상 등으로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같은 달 27일 한 한국노총 조합원은 “우리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현장만 바꿔 반복되는 양대 노총의 대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나 인근 주민들 몫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사는 안전교육·공사 일정 차질로 분양 일정 맞추기가 어렵고 인근 지역 주민들 역시 갈등으로 인한 소음이나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를 겪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건설 경기 부진으로 현장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대 노총의 주도권 경쟁이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