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된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가 12일 “우리은행의 내부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고객 신뢰와 직원들의 자신감도 붕괴된 상태”라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조직 내부의 안정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을 “위기”라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변경 등 연이은 사고로 고객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태를 수습하고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조직 내부적으로도 혼란이 컸다.
지난 2017년 말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자산운용 대표로 옮기면서 은행을 떠났던 권 대표는 “2년간 바깥에서 시장과 고객 관점에서 은행을 바라보니 조금 답답해 보이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며 “면접에서도 내부시스템·고객신뢰·직원안정 등 3대 축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 같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시스템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보강해나가는 단계지만 무너진 고객 신뢰를 다시 쌓기는 쉽지 않다”며 “은행이 고객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면 결국 일선 직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해야 하는 만큼 조직과 직원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30년을 우리은행에 몸담았음에도 일부 직원 사이에서 ‘외부 출신 인사’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권 대표는 “제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그는 “저로서는 (이번 행장직이) 마지막 봉사활동”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겠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부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생긴 파벌을 마지막으로 정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금융당국과 우리은행 간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DLF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우리금융은 손 회장 연임 움직임으로 사실상 불복 의지를 드러내면서 두 기관 간 관계도 얼어붙은 상태다. 권 대표는 “감독당국과 척을 질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감독당국의 조언을 겸허하게 받고 은행의 입장도 충분히 전해 그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틈과 벽을 없애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손 회장과의 호흡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투자금융(IB)그룹 부행장으로 있을 당시 보스(상사)가 글로벌 부문장이었던 손 회장”이라며 “함께 출장도 많이 다니며 친밀했던 사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우리은행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가 단행된 데 대해서도 권 대표는 “(임원 인사가) 너무 오랫동안 지연되다 보니 손 회장이 (행장 인사와) 같이 풀었던 것으로 이해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