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M&A·현지화로 亞 금융벨트 구축…하나금융 '2540프로젝트' 현실이 된다

[신남방 진격하는 K금융]

<4>사업 다각화로 승부 건 하나금융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 지분인수로 현지 IB 경쟁력 강화

印尼선 인터넷은행 출범 앞둬…미얀마 소액금융시장도 진출

은행서 소비자금융·핀테크까지 적극적 투자로 금융영토 넓혀




“세계 초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 되겠습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014년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제시한 ‘2540프로젝트’의 목표다. 글로벌 사업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당시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사업 비중이 10%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전은 불과 5년 만에 일어났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1조원을 베팅해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인 국영상업은행(BIDV) 지분 15%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국내 은행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지분투자로 ‘2540프로젝트’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등 2곳에 지점을 두고 주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영업해왔지만 압도적인 BIDV의 영업망을 통해 베트남 영업 기반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산의 70% 이상이 기업대출인 BIDV는 관련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BIDV는 베트남 전역에 지점과 사무소 1,000여곳, 현금자동입출금기(ATM) 5만8,000여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대규모 투자는 베트남의 성장성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경제가 베트남 호찌민을 찾았을 때 시내 곳곳이 공사현장이었다. 신축하는 고층빌딩 사이로 낡고 오래된 건물들 역시 많았다. 발전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을 상대해서는 ‘2540프로젝트’는 요원했을 터.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투자은행(IB)도 본격화하고 있었다. 하나금융은 은행업 중심의 ‘퀀텀점프’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전략 가운데 하나인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방식이었다. 최근 김 회장이 직접 라오스를 다녀온 것도 신규 M&A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하나금융은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은행·소비자금융·마이크로파이낸스·디지털뱅크 등 다각적인 M&A를 추진하고 있다. 지분투자를 하거나 현지 사정에 따라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도 투자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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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에 자리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 2층은 VVIP를 상대로 한 프라이빗 뱅커 업무 공간이다. /사진=송종호 기자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에 자리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 2층은 VVIP를 상대로 한 프라이빗 뱅커 업무 공간이다. /사진=송종호 기자


하나금융은 다른 한편으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인도 구르가온지점을 신설해 인도 시장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것도 유기적 성장의 일환이었다. 하나금융이 가장 활발하게 유기적 성장을 모색하는 국가로는 인도네시아가 꼽힌다. 2007년 현지은행인 ‘빈탕마눙갈은행’ 인수를 통해 시작된 인도네시아 진출은 2014년 외환은행 현지법인과의 합병 이후 인도네시아 30위권 은행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자산 4조82억원, 당기순이익 328억원 규모로 통합 당시 대비 자산과 수익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었다. 자카르타 남부에 위치한 본점에서는 한국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 1,200여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인 임직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에 근무하는 구먀야씨는 “하나은행을 외국계 은행으로 생각하며 다녀본 적이 없다”며 “한국인을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인도네시아법인의 현지인 고객 수는 전체의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IT전산 현황을 한 눈에 살펴볼수 있는 현황판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에 설치돼 있다. /사진=송종호 기자IT전산 현황을 한 눈에 살펴볼수 있는 현황판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에 설치돼 있다. /사진=송종호 기자


최근에는 디지털금융까지 더해지며 인도네시아 금융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라인(LINE)을 운영하는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협업해 인터넷은행 출범을 대기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DT(Digital Transformation), 즉 디지털 전환과도 맞물리는 전략이다. 이미 구축된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역시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핀테크 경쟁이 심화하는 인도네시아에서 하나은행이 가진 경쟁력은 오히려 한국 내 인터넷은행을 넘어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인도네시아 소비자금융 시장과 정보기술(IT)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현지 유력 그룹인 시나르마스와 합작해 2015년 설립한 ‘시나르마스하나파이낸스’는 소비자금융업을 영위하며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또 IT 회사인 ‘넥스트TI(Next TI)’를 설립해 금융업 관련 IT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에 자리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에 설치된 D카페 하나라운지./사진=송종호 기자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에 자리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본점에 설치된 D카페 하나라운지./사진=송종호 기자


마이크로파이낸스, 즉 소액금융 시장에 진출한 국가도 있다. 2014년 미얀마에 설립한 ‘KEB 하나 마이크로파이낸스(KEB Hana Microfinance)’는 영세한 개인과 개인사업자 등 소액대출이 생계에 꼭 필요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54개 지점을 통해 12개 주에 진출, 약 8만명의 현지 손님을 확보하는 등 설립 5년 만에 업계 8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하나금융은 이미 은행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필리핀·베트남 외에도 앞으로 일본 후쿠오카 출장소의 지점 전환과 함께 대만 신규 지점 설립 역시 적극 검토 중이다.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IB를 강화하는 등 현지 영업 역량과 수익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 영업 기반 확대를 통해 아시아 금융 벨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자카르타=송종호기자 호찌민=빈난새기자 joist1894@sedaily.com

송종호·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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