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향 울산에서 영면에 들어간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생전에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지은 울산과학관에서 일부 시설이 철거 논란에 휩싸였다. 울산시교육청이 지난 10년 동안 과학관 일부 공간에서 무상으로 운영돼 온 롯데그룹 자체 홍보관에 대해 없애라는 통보를 내렸기 때문이다.
12일 울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울산과학관은 지난 10일 롯데 측에 울산과학관 1층 180㎡ 규모의 ‘로티로리 체험관’의 임대계약 만료에 대비해 철수 절차를 밟아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로티로리 체험관은 롯데그룹 계열의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원리나 롯데의 정유화학계열 공장을 본뜬 석유정제설비를 소개하는 체험시설이 있다. 이와 함께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의 브랜드가 박힌 아이스크림, 과일주스, 빵 등 과자 및 빙과 제품의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체험관의 임대계약 만료 일자는 오는 3월 4일이다. 울산시교육청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론이었으나 만료 일자가 얼마 남지 않아 1년 정도 여유를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교육시설로 특정 업체의 홍보 성격이 너무 짙은 공간이면 곤란하다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10년간 사용한 시설이 없애자는 통보에 롯데 측은 아쉬워하고 있다. 울산과학관은 롯데장학재단이 지난 2009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울산지역의 과학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해 240억원을 들여 4만1,000㎡의 터에 지하 2층, 지상 6층(연면적 1만7,000m) 규모로 건립해 교육청에 기증한 시설이다. 국내 과학관 중 유일한 민간 건립 시설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달 21일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울주군 삼동면 롯데별장에 차려진 신 명예회장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신 명예회장은 지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물론 울산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울산에 과학관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사재를 출연해 과학관을 건립해 교육청에 기증하는 등 지역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고 고인을 추모한 바 있다.
신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시설 철거 이야기가 나오자 롯데그룹 측은 당혹해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현재 협의 중”이라면서 “앞으로 잘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