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해 일반적인 환경에서 나노 재료를 분석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유니스트(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창영 교수팀은 소금 결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상압에서 손쉽게 관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원통 모양으로 연결된 탄소나노튜브는 특이한 기계·전기적 성질로 주목을 받는 소재이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전자빔을 이용한 전자현미경이나 원자 사이의 힘을 이용한 원자힘 현미경 등으로 관찰이 가능하지만 사용 방법이 까다롭거나, 관찰 가능한 면적에 제한이 있었다.
연구팀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해서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했다. 1차원으로 정렬된 탄소나노튜브에 소금물을 떨어뜨린 후 전기장을 가하면, 소금 이온이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소금 결정을 형성하게 된다. 이 소금 결정 옷은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학현미경만으로도 넓은 면적에 분포된 탄소나노튜브를 관찰 할 수 있게 해준다. 소금 결정은 물에 잘 녹아 탄소나노튜브를 손상하지 않는 데다 씻어내기 전에는 안정적이라 반영구적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시각화 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또한,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 위에 형성된 소금결정이 탄소나노튜브의 광학신호를 수백 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보통 물질은 빛을 받으면 내부 분자가 빛 에너지와 상호작용해 새로운 신호, 즉 광학 신호를 방출한다. 이 신호를 증폭해 분석하면 물질 특성을 알 수 있는데, 소금 결정이 광학 신호 증폭시키는 렌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소금 렌즈를 이용해 탄소나노튜브의 전기적 특성이나 지름까지 손쉽게 알아냈다.
제1저자인 김윤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는 “광학 신호를 증폭하는 정도는 소금 종류에 따른 굴절률 변화와 소금 결정의 모양과 크기로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소금 렌즈로 극미량의 포도당과 요소 같은 분자를 탄소나노튜브 외부표면을 통해 이동시킨 뒤 탐지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에 형성된 소금 렌즈가 백경 분의 1몰(M)이 포함된 분자도 찾아낼 정도로 광학 신호를 증폭한 것이다.
이창영 교수는 “일반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나노 재료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물성을 측정 가능하다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나노 재료와 나노 현상 연구에 널리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2월 12일자로 출판됐다. 가천대 신소재공학과 한재희 교수도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