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에 대한 관세율 상한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이 무역전쟁의 전선을 넓히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발도상국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지적해온 WTO 체제를 뒤흔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양허관세율(Bound Tariff Rates) 인상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허관세율은 각국이 WTO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수입품의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한선이다. FTA 체결국 간에는 특혜관세(Preferential Tariff)가 적용되지만 비(非)체결국 간에는 양허관세율 이하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평균 양허관세율은 3.4%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그동안 양허관세율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실제로는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면서 “이는 WTO 회원국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세계 교역 시스템을 공격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불만은 자국 양허관세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낮아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인도와 브라질의 평균 양허관세율은 각각 51%, 31%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불균형 때문에 무역시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이 인도산 오토바이나 유럽산 자동차 등을 예로 들며 경쟁국들이 특정 품목에서 미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불만을 자주 드러내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미국에 할당된 WTO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거부하며 업무 기능까지 마비시켜버렸다. 미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미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 심층 보고서에서 “상소기구가 WTO의 규정을 따르는 데 실패했으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적으로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인도·영국 등과의 무역협상을 유리하기 끌고 가기 위한 압박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25일 인도 방문 때 ‘미니 무역협정’을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인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미국산 무기 26억달러(3조766억원)어치를 구매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