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친 버니"라더니...샌더스 띄우는 트럼프

본선 경쟁력 감안땐 약체 판단

"매우 잘하고 있다" 높이 평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누가 민주당의 선두주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버니가 매우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며 “그에게는 에너지가 있다. 그의 사람들에게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지지자들의 열정은 이름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그를 “미친(crazy) 버니”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해왔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샌더스 의원을 높이 평가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민주당 일각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본선 경쟁력을 감안할 때 약체 후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맞상대로 선호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공화당에서는 자본주의(트럼프 대통령) 대 사회주의(샌더스 의원) 프레임을 만들면 선거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사우스캐롤라이나 현지 신문인 포스트앤드커리어는 이 지역 공화당 관계자들이 29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지하도록 하는 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한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오픈프라이머리 체제여서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누구나 경선에 투표할 수 있다. 껄끄러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밀어내고 좌파인 샌더스 의원을 상대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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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샌더스 의원의 한계는 뚜렷하다. 당장 월가가 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빈스타인은 이날 CNBC에 “시장이 틀릴 수도 있지만 샌더스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골드만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로이드 블랭크파인도 자신의 트위터에 “(샌더스는) 경제를 망치고 군대를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사건을 염두에 둔 듯 “내가 러시아라면 미국을 망치기 위해 샌더스와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월가 개혁과 함께 증세를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다. 샌더스 선거캠프는 블랭크파인의 언급에 대해 “월가의 엘리트들이 보이는 패닉”이라고 깎아내렸지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두둔했다. 므누신 장관은 2002년까지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개표 참사를 불러왔던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주 민주당 의장은 이날 자리에서 물러났다. AP통신은 프라이스 의장이 기술적 오류로 개표 과정에서 혼란을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전했다. 3일의 경선 이후 9일 만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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