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문 대통령 "과감하게 稅감면"…이재용 "고용 창출, 제가 직접 챙길 것"

[文대통령-재계 코로나19 대응 간담]

文 "투자 예정대로 해달라" 당부도

이재용 "전통시장 등 삼성이 보탬이 될 방안을 챙기겠다"

윤여철 "와이어링 하네스 항공운송, 관세 한시적 인하 필요"

최태원 "한중 화물운송 폐쇄되면 웨이퍼 조달 차질"

13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제회복을 위해 애쓰고 계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제의에 이재현(오른쪽부터) CJ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제회복을 위해 애쓰고 계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제의에 이재현(오른쪽부터) CJ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예정했던 설비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해주기를 기대합니다.”(문재인 대통령)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입니다. 제가 직접 챙기겠습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계와 머리를 맞대는 것은 지난해 7월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열린 청와대 간담회 이후 7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대한상의를 찾았고 참석 기업도 국내 5대 그룹에 CJ만 포함됐다. 청와대 측은 “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이날 간담회 성격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이 약 90분간 격의 없이 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며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제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달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가 경제 혁신 성장의 발판이 됐다”며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했다. 이어 “정부도 민간·민자·공공 3대 분야에서 100조원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해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는 데 매진할 것”이라며 “과감한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 입지 지원을 강화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각 기업의 중국 사업 상황을 설명하고 다양한 건의를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어깨가 무겁다”며 “협력사의 어려움이 더 크다. 실질적 지원이 일어날 수 있게 세심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도 기업이지만 전통시장, 소상공인, 꽃가게 등이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삼성이 보탬이 될 방안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내놓은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도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와 관련해 “중국에서 항공 운송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항공관세를 해상 운송 기준으로 한시 인하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 부회장은 “항공운임은 (해상보다) 30~50배 차이가 난다. 특례적용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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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한중 항공화물 운송이 폐쇄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웨이퍼의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화물 운송 항공편을 축소하지 말 것을 요청해달라”고 건의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이 일주일에 한번 구내식당을 닫고 지역 상권 이용을 권유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을 확대하자고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며 “청와대도 일주일 중 하루는 아예 구내식당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

황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던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께서 쇼핑몰에 한번 들르시는 게 어떤가. 오시면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대통령의 (안심) 메시지 이후 (롯데 쇼핑몰 등의 매출이) 전일 대비 10% 올랐다. 대통령의 다양한 문화행사 참석도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핵심 소재부품의 특정지역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화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경제단체들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적극 행정 확대 △중소기업 집중 지원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 △신속한 금융지원 등을 건의했다. 박 회장은 적극 행정 면책을 언급하면서 “더 나아가 이번 사태에 한해 정책감사를 폐지하는 수준까지 된다면 공무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정책개발이나 집행에 좀 더 활발히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사용 사유를 확대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신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유연한 근로시간을 위한 입법, 탄력근로제 국회 통과가 안 됐다. 조속한 입법 추진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주 52시간 근로단축의 유일한 보완입법인 탄력근로제 확대가 20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폐기 직전에 놓여 있는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을 통해 “신종 감염병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너무 위축돼 있었다”며 “심리적 대반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속한 분위기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도 재계도 뜻을 모아서 분위기를 붐업시키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이 요청한 신속한 금융지원과 관련해 “금융위원장의 의지가 은행 창구까지 내려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에 두 가지를 제안했다고 강 대변인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주재원과 그 가족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께서 영상격려 메시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 “내수진작 차원에서 점심을 외부 식당에서 이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저녁 회식도 활성화했으면 하는데 주 52시간에 저촉될지의 우려를 해결해줬으면 한다”는 제안을 남겼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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