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공백에 따른 후임 사장을 뽑기 위해 구성된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인 홈앤쇼핑 비상경영위원회가 결국 후임 대표도 못 뽑은 채 마무리 됐다. 대신 비상경영위를 이끌었던 최상명 위원장이 대표 대행을 맡으면서 ‘셀프 선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3일 홈앤쇼핑 이사회는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최 비상경영위원장을 대표 대행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작년 11월 최종삼 홈앤쇼핑 대표가 회사의 비리수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한 후 홈앤쇼핑은 당시 최상명 우석대 교수를 비상경영위원장으로 선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비상경영위는 공석이 된 대표에 후임을 뽑는 역할과 함께 내부 동요를 줄여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4개월간 후임 대표 선임도 못한 채 막을 내리면서 안팎으로부터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상경영위는 기존 임원 5명을 보직 해임하고 인사개편 등을 통해 쇄신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후임 대표를 인선하지 못하면서 반쪽에 그쳤다는 것이다. 홈앤쇼핑 노조 관계자는 “4개월간 임원추천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느냐”며 “언제까지 이런 체제로 갈지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4개월간 이렇다 할 경영 수습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최 위원장을 대표 대행에 셀프 선임한 데 대해 이사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진은 최 전 대표와 거리를 두면서 회사 경영위기에 책임이 없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은 이사진 교체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앤쇼핑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비상경영위 고문으로 위촉된 이효림 전 사장은 이달 초 돌연 사임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노조는 이 전 사장 위촉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 일로 비상경영위와 노조간 갈등의 골만 커졌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마크스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홈앤쇼핑이 자체 확보 물량보다 고객 주문을 더 많이 받는 바람에 나중에 취소하는 사고까지 터졌다. 고객에게 주문받았다가 취소한 물량만 5만장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 취소사고는 2011년 홈앤쇼핑이 출범한 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앤쇼핑의 비상경영 체제가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보다 오히려 난맥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