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코로나19 역학 정보 공동활용하자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환자 수가 6만4,000명, 사망자 수는 1,400명을 넘어서고 있다. 2019년 말 원인불명의 폐렴환자 발생이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지 아직 채 두 달도 안 된 시점이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싱가포르·베트남·홍콩·일본 등 주변국에서 계속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역에 확산되는 양상이나 주변국에서 발생한 역학자료들을 보면 코로나19는 접촉자에게 전파가 쉽게 일어날 뿐 아니라 초기 증상이 약하거나 시작 시점이 불분명한 경우도 꽤 있어 현재 시행하는 검역만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입국과정에서 발열환자를 스크리닝하는 것으로 유행을 막아내는 데 효과가 있었던 사스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후베이성 자료로 환자 대 사망자 수의 비율(치명률)을 단순 계산하면 2.4~3.2% 정도지만 그 외 중국지역의 치명률은 이보다 낮은 0.3~0.4% 정도다. 13일까지 중국 외 국가에서 보고된 사망자는 3명으로 치명률도 0.5%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와 연관된 사망자 수는 매년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느끼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비교도 안 되게 높다.



공포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새로 등장하는 감염병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감염력이 얼마나 되는지, 무증상기에 전파가 되는지, 공기 중에서 생존이 가능한지,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정말 전파 위험요인인지, 첫 증상이 무엇인지, 진단 시 발열이 없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도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역사회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적이 코앞에 있지만 우리는 이 적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 대비와 대응에 중요한 역학정보는 환자 역학조사, 접촉자 조사와 같은 자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민들에게 공기 매개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기 전에 그런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환자 증상이 경하다는 것은 무슨 기준으로 언급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해외에서 어떤 새로운 근거가 발표되기만 기다리는 시대는 이제 끝났으면 한다. 우리 자료를 근거로 이 감염병의 역학적 특성을 밝히고 이를 세계에 알려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위치매김을 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역학정보를 전문가들이 같이 공유하고 수시로 분석해 같이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환자가 발생하면 우르르 달려가 방역조치만 하는 것은 지금 빅데이터 시대 역학자의 눈으로 보면 너무 수동적이다.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적과 싸우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적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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