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안철수의 ‘신당’은 선관위에 왜 두 번이나 퇴짜 맞았나

선관위, 안철수신당·국민당 모두 ‘불허’

정당에 ‘이름’ 비민주·기회균등 어긋나

판례, 기존 당과 ‘신’ 단어로 구분 못해

돌아온 안철수, 결국 도로 ‘국민의당’

국민당 ‘멘붕’ 당원 5,000명 재접수해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해외 연구 활동을 마치고 지난 1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영종도=권욱기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해외 연구 활동을 마치고 지난 1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영종도=권욱기자



“또 왜? 아 당명도 없는데…”

안철수계의 한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당’이라는 명칭 사용을 허가하지 않기로 한 소식을 듣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국민당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바른미래당 의원이 만들 신당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그 이름은 안된다”고 명했다.

안 전 의원은 지난달 19일 독일과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본인이 창업한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에 용퇴를 요청했다. 거절당했다. 곧바로 “이념의 양극단에 빠져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를 끝내겠다”며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첫 번째 이름이 ‘안철수신당’ 이었다. 선관위는 지난 6일 “안 된다”고 했다. 두 번째 이름은 “국민당”이었다. 안 전 의원이 창당하고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또 선관위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9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지난 2017년 9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특정인의 이름 딴 정당은 ‘비민주적’ 판단

왜 두 번이나 안 될까. 우선 신청한 ‘안철수신당’은 선관위가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당법 제1조는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선관위는 “정당은 공공의 지위를 가지고 내부 조직의 과두적 권위주의적 지배 경향을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안철수신당은 안 전 의원의 이름을 새긴 당으로 모든 체계가 안 전 의원이 중심인 비민주적 체제가 우려된다는 말이다.

또 “헌법 116조 1항에 따라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서 후보자가 될 정치인의 이름이 포함된 정당명을 허용하면 소속 후보들이 돌아다닐 때마다 선거운동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투표용지에 안철수신당과 안철수 후보가 동시에 기재돼 유권자를 헷갈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선관위의 이 설명은 일리가 있다. 실제로 안철수계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어느 당이냐고 물으면 “안철수당이요”하고 대답한다고 전했다.



기존 정당과 ‘신(새)’ 단어로 구분은 안 돼


두 번째 신청 정당명인 ‘국민당’은 신(新), 한글로 ‘새’를 뜻하는 단어 탓에 불허됐다. 근거는 2007년 서울남부지법의 판례다. 남부지법은 등록 신청한 ‘민주신당’이 민주당과 구별되는 단어가 ‘신(새)’밖에 없다며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새로운’을 뜻하는 한자 新이 기존 정당에 비해 독자적이거나 구별되는 명칭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관위의 선례도 있다. 2017년 민중당이 있는데 새민중당이 오자 불허했다. ‘새’가 판례의 ‘신’과 같은 뜻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당은 기존 정당인 국민새정당과 단어 ‘새’밖에 차이가 없다. 그래서 불허됐다.



물론 안철수측은 당장 반발했다. 국민새정당은 과거 국민의당이 있을 때 명칭 사용 허가가 난 정당이다. 그때는 선관위가 뚜렷이 구분된다고 보고 허가했다. 국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A와 B가 구별되면 A′와 B도 구별되는 것이라는 간단한 논리도 이해 못 하느냐”라며 “선관위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선관위의 해명은 이렇다. 국민당과 국민새(정)당은 새로만 구분되고 국민의당과 국민새(정)당은 ‘의’로 구분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은 정당이라는 뜻이고 ‘의’는 판례에 없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13일 허가된 미래한국당은 미래와 한국 유사명칭을 쓰는 정당이 있어도 판례와 선례가 없어서 허가했다. 선관위는 “정당명칭은 사례별로 기존정당과 비교해서 판단한다”며 “국민당과 비교 대상이 아닌 정당, 사라진 다른 정당과의 사례 비교는 맞지 않다”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전 바른미래당 의원./권욱기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전 바른미래당 의원./권욱기자




당원 5,000명 팩스 새로 받고 도로 ‘국민의당’

국민당이 불허되면서 안철수측은 2016년 만든 ‘국민의당’을 신당 이름으로 정했다. 국민당과 국민새정당이 A′와 B의 관계라면 이제 국민의당과 국민새정당은 B와 A의 관계다. A와 B가 구분된다고 했으니 B와 A는 당연히 구분된다는 논리가 나온다. 선관위 판단도 그렇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당법에 따라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 신청하려면 전국 다섯 곳 이상 지역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 국민당으로 신청한 적어도 5,000명의 당원 명부를 다시 ‘국민의당’으로 새로 받아 내야 한다. 국민당이 불허되자 현장에 있던 의원의 반응은 이랬다. “하…5,000장을 다시 팩스로 받아야 하는데…아아악!”

돌아온 안철수는 약 한 달 만에 안철수신당, 국민당 등 총 1만 장의 당원 명부를 다시 받아서 선관위에 내며 도로 ‘국민의당’ 설립에 성공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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