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검찰 내부 간담회에서 “수사와 소추(기소)는 한 덩어리”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내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 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검사·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사 업무의 정체성’을 설명하며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는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안이 중대해서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수사 검사가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하는 사람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수사 검사가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수사는 재판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하며 수사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또 “수사와 소추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윤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사법부의 재판 시스템이 조서 재판에서 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로 전환되는 추세에 발맞추자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대검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윤 총장의 발언은 추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은 앞서 지난 11일 가진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라고 언급한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 필요성으로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는 경우에도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을 수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와 관련 대검은 “(검사·직원) 간담회 과정에서 총장은 수사·기소 분리 등 법무부 방침에 대하여는 언급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소 윤 총장의 철학에 비춰볼 때 추 장관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윤 총장이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날이 법무부가 수사·기소 분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 검사장 회의’ 개최 공문을 보낸 날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추 장관은 오는 2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하고 수사·기소 분리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이며 이에 더해 직관을 늘려야 한다는 게 최근 검찰의 방향성”이라며 “또 조서 재판을 하지 말자는 추세로 가고 있는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조서의 의존성을 높이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