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7일 진행된 신년 업무보고의 첫 번째 꼭지로 ‘혁신금융’을 뽑았다. 그동안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가계, 부동산에 집중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 돈의 물꼬를 혁신벤처기업으로 돌리는데 ‘올 인’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형 페이덱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21만개 중소기업의 결제정보를 디지털뱅크화하는 게 핵심이다. 중기의 재무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결제 능력 등 상거래 신용이 좋다면 대출 등에서 이전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페이덱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중소기업이 금융을 이용하기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포함해 기업평가방식을 ‘과거 매출액’보다는 기술력, 미래성장성 등을 중심으로 전면혁신한다. 구체적으로 KDB산업은행의 신산업 심사체계, 신용보증기금의 미래성장성 평가시스템 등으로 성장성을 평가하는 새 심사기법을 도입한다. 현재 보조적 지표로만 활용되는 기술평가 반영도를 높여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금융사가 기업에 대출을 해준 후 기업이 부도가 나면 대출을 실행한 금융사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관행도 개선한다. 세부적으로 면책대상을 혁신금융 업무 전반으로 확대한다. ‘면책추정제도’를 도입해 사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법규, 내규상 절차에 비춰 중대한 하자가 없으면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는 방식으로 금융사 직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한다. 아울러 금융사 임직원이 직접 면책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면책심의위를 설치해 절차적 공정성, 투명성도 제고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사전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금융지원의 온기를 못 느낀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금융사 직원들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면책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것이 과거 정부 정책과 이번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위주의 담보 관행도 동산담보대출을 활성화하고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금융사의 부실화된 동산, 지식재산(IP)담보대출의 회수를 지원하는 기구를 3월 설립하고 지난해 8월부터 구축된 동산담보 금융권 공동 데이터베이스(DB)도 내실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괄담보제도 도입, 현행 5년인 담보권 존속기한 폐지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동산담보법 개정안도 빠른 시일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동차, 조선, 소재·부품·장비 등 주력산업 설비투자, 운영자금에 11조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