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을 향해 불법 콘텐츠 게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를 보냈다. 온라인 콘텐츠 규제 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게 하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제안에 ‘퇴짜’를 놓은 셈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저커버그 CEO를 만난 뒤 취재진에게 콘텐츠 규제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충분하지 않고 너무 느리다”며 “책임과 규제 측면에서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콘텐츠 관리 기술 등을 검토한 후 EU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디지털서비스법안에 온라인 플랫폼 규제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브뤼셀을 방문해 EU 관계자와 취재진을 만나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다:온라인 콘텐츠 규제’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했다. 13쪽 분량의 이 백서에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어떤 내용의 콘텐츠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국제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겨 있다.
또 바람직하지 않은 발언을 제한하는 방법과 관련해 발언 자체에 대해 플랫폼에 책임을 묻거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플랫폼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불법 콘텐츠를 걸러낼 적절한 기준과 시스템을 갖췄는지 여부라는 게 페이스북 측의 설명이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베라 요우로바 EU 부집행위원장을 만나서도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제를 위해 새로운 종류의 규제기관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요우로바 부집행위원장 역시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은 모든 책임을 밀쳐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저커버그 CEO는 앞서 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플랫폼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좋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페이스북의 사업을 해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며 불법 콘텐츠, 사생활 보호 등과 관련한 책임을 개별 회사가 질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타당하다고 느끼는 글로벌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