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이머징 시장인 베트남이 한국 영화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CJ ENM(035760)이 현지에 진출해 합작 영화로 흥행몰이에 성공한데 이어 롯데컬처웍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이다. 규모가 큰 대신 외교·안보 리스크가 존재하는 중국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를 추구해온 국내 배급사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는 것이다. 한국 영화업체가 베트남 영화배급의 65%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생충’의 오스카 석권이 더해져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베트남이 정서와 문화 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점도 한국 영화 선전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롯데컬처웍스 베트남 법인이 투자·제작한 영화 ‘가이지아 람 찌에우 3’가 현지에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작품의 현재까지 흥행 수익은 1,650억 베트남 동(약 80억원)에 달한다. 영화와 더불어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지난 8일 후에 지역에서 진행된 무대 인사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깜짝’ 방문,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을 격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오년, 남시토 감독이 공동 제작한 ‘가이지아 람 찌에우 3’는 가보를 차지하기 위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전쟁을 그렸으며, 현지 최고 티켓 파워를 가진 닌즈엉란 응옥, 레 쑤언 띠엔, 준 부, 홍 반, 카인 레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 베트남 현지 영화 투자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하이픙’에 이어 ‘가이지아 람 찌에우 3’까지 1년여 만에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 5편 중 2편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완벽한 타인’을 리메이크한 ‘블러디 문 페스트’를 비롯해 ‘낭3: 아빠의 약속’ ‘더 가디언스’ ‘찌13’ ‘578’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CJ ENM이 현지에서 리메이크 제작한 ‘수상한 그녀’와 ‘써니’ 역시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인 ‘내가 니 할매다(Sweet 20)’는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7위, ‘베트남 판 써니’인 ‘고고 시스터즈(Go-Go Sisters)’는 13위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 영화 시장에 진출해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맞춤형 콘텐츠 제작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식의 수직적 제작 시스템이 아닌 현지 제작사와의 수평적 협력이 가능한 공동제작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혹은 코미디, 호러가 강세라는 점 등을 고려해 현지인들의 정서를 파고든 작품을 세련되게 연출함으로써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젊은이들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호감이 매우 높은 데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덕에 한국 기업과 합작한 영화들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