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034020)이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수주 부진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끼칠 영향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이 에너지 정책을 성급하게 바꿈에 따라 멀쩡했던 기업마저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의 경우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육성했었을 만큼 확고한 미래비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급작스레 이뤄진 ‘탈원전’ 선언으로 민간기업으로서는 대처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8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수주잔액은 지난 2018년 1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 14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일감이 뚝 끊긴 것이다.
원전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50%까지 떨어졌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에 대한 기자재 납품이 마무리되는 올해는 10% 미만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에 따른 손실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원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제작에 투입된 비용 5,000억여원을 비롯한 투자금, 기자재 보관 비용까지 합치면 매몰비용이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중공업의 핵심인력들도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이미 회사를 많이 떠났다. 2016년 7,057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000명대로 줄었다. 협력업체들도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 53개 사내 협력업체의 인력은 2016년 1,171명에서 2018년 1,002명으로 감소했으며 경남도 내 280여개 중소 원전 협력업체도 일감이 없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사업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임원 감축, 유급순환휴직,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 배치 등 강도 높은 고정비 절감 노력을 해왔지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명예퇴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 수출을 비롯해 가스터빈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가스터빈이 필요한 복합발전소 신규 건설 규모는 2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