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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당신의 '스토브리그'는 언제입니까




유명 배우들을 인터뷰 하다보면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곤 한다. 소속사 실장부터, 코디네이터, 로드매니저, 홍보팀 직원까지…대여섯명이 함께 움직이는 중소기업처럼 보인다. 매 시간마다 인사하고, 옷을 고르고, 여담을 나누는 기계적인 움직임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스토브리그’ 마지막회를 떠올려보면 느낌이 그와 꼭 닮았다. 나는 보이지 않으나 잘 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일. 작품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미지에서 끌어올렸다. 프로 스포츠 구단의 내부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어느새 함께 억울해하고 분노하며 통쾌해하다 미래를 응원하게 됐다.


회사란 그렇다. 내가 일을 잘 하는 것 같은데 도통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걸 보면 필요 없는 존재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일이 주어진다. 탁월한 성과를 내도, 뜨뜨미지근 해도 그냥 그렇게 하루가 일주일이 한달이 가고 해가 바뀐다.

드림즈의 그들도 그랬을거다. 하도 지다보니 곪아버린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회사에서 그들은 나아질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의지 없는 리더와 모기업, 비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스카우트 팀장(고세혁), 과거의 동력을 잃어버린 마케팅 팀장(임미선), 내 사람 내 데이터만 맞다고 여기는 전력분석팀 팀장(유경택), 자리보전에 급급한 홍보팀장(변치훈)까지. 운영팀장 이세영은 이들 사이에서 꼼짝할 수도 없었다.



직장생활하는 모든 이들은 리더 하나 바뀐다고 회사가 달라지지 않는다는걸 다 안다. 독선적이고 야심 가득한 백승수는 브레이크 다 닳은 자전거를 탄 것처럼 회사를 미친듯이 끌고가기 시작했다. ‘합리’라는 낡은 무기 하나만 손에 들고 감정없이 달려드는 그의 모습에 모두들 강하게 반발했으나 핵심만 찌르고 다니니 어쩔 도리가 없다. 아니 팀 레전드 임동규를 트레이드하다니…. 그런데 그 대상이 강두기라고?


‘정말 더럽게 정이 안 가지만 더럽게도 일 잘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행동이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묘한 감정을 느낀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새 피를 수혈하고, 백승수의 합리가 그들 자신의 일과 마주쳤을때 회사는 ‘발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비로소 목표가 눈에 들어오자 그들은 오랜만에 일 다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야구란 결말이 확실한 스포츠다. 그것도 시즌 중에는 일주일에 6일이나 울고 웃는다. 성과도 보상도 확실하다. 흐름을 잘 타면 20연패도, 20연승도 가능한게 또 야구다. 백승수와 함께 ‘흐름을 탄’ 이들은 ‘왜’를 잃어버렸던 자신의 일을 되찾기 시작했다. 배팅볼 투수부터 사람 한명씩 늘린다고 팀이 나아지냐는 한재희의 말에 백승수는 답한다. “우리들은 우리들이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그에게 ‘Fxxx’하며 욕설하던 직원들은 어느새 “이번에도, 아무도 단장님을 지키지 못했다”며 떠나려는 그를 돌려세우려 한다. “저한테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지켜낸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걸로도, 힘이 많이 날 것 같다”는 백승수의 말은 감정없이 성과만을 보고 달려왔던 그의 일에도 동료들에 의해 따스한 변화가 다가왔다는 것을 말한다.

배경이 야구장일 뿐 일로 시작해 결국 일로 끝난다. 눈 뜨면 씻고 출근해 해 떨어지면 퇴근하는 우리네 삶이 특별해봐야 뭐가 특별하겠냐만, 함께하는 이들과 같은 목표가 있고 가는길이 즐겁다면 그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나지 않을까. 설마 이런 회사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그런데 또 당신 회사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글쎄요. 해봐야 알겠지만 뭐, 열심히 할 겁니다.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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