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상한 일을 겪어서 아직은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30년간 일한 걸 그냥 한 번에 몰아서 받는 그런 느낌입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신애(사진) 바른손 E&A 대표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거머쥔 데 대해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고비를 버텨내면서 열심히 하면 뭔가 되는 그런 사례인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작자이자 대표적인 여성 제작자로 우뚝 서기까지의 그의 노고도 전해졌다.
시상식 당일 느낌이 예사롭지는 않았다고 한다. 곽 대표는 “행사 날 저희 테이블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려들고 애정 ‘뿜뿜’하는 표정이 너무 신기했죠. 그러다 감독상을 받는 순간 작품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옆에 앉아 있던 (조)여정씨와 한진원 작가에게 ‘우리 작품상 받을 거 같아’ 그러니까 ‘에이 설마요’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아카데미가 내린 선택은 역사를 만들었다. 곽 대표는 “아카데미의 선택은 우리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비영어권 영화·영화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변화를 선택한 아카데미 회원들의 용기에 경의를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기생충’ 이후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더 많은 양질의 영화들이 나올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곽 대표는 이에 대해 “영화가 오락이라기보다는 예술이라고 인식하는 매체 출신으로서 현장에 나와서 일을 하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이라며 “독립과 주류 영화의 경계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제작자로서 상업적인 면에서 만만하지 않지만 색깔이 선명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화잡지 기자 출신으로서 영화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고민이 녹아 있는 답이다.
현재 그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향후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이다. “하자 하지 말자 딱 부러지게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정도입니다. 연애 전에 ‘썸’ 타는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합니다. 상대방은 나랑 계속 만날 건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