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하던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각하한 법원의 결정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정년에 걸려 복직할 수 없기에 법원이 각하 처분을 내렸지만 부당해고로 임금 손실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에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가 “회사의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부당해고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6년 다니던 회사로부터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심사 결과 정당한 해고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받자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송을 진행하던 시점에 이미 A씨가 회사에서 정한 정년 만 60세에 도달했기 때문에 각하 처분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의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조기에 종결하는 처분이다. A씨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정년에 걸려 복직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식으로 재판을 진행할 명분을 상실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부당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는 사유로 복직이 어렵더라도 해고 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소송의 이익이 있다”며 “복직이 불가능하더라도 소송 이익을 인정해 근로자에게 구제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기존 판례를 뒤집는 것이어서 향후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에는 부당해고 소송 중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소송 자체가 의미 없다고 판단했지만 정년 여부와 관계 없이 임금 손실에 대한 근로자의 이익이 우선한다고 사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도현 노무법인 리담 대표노무사는 “이번 판례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장치의 권리와 범위를 이전보다 폭 넓게 해석한 것”이라며 “근로자의 지위 회복에 더해 해고에 따른 임금 보전도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한 만큼 관련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