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해외금리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원금보장이 가능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내세우며 도입한 원금보장 상품인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는 제도를 갖춘 지 4년이 다 되도록 사업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획일화된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고 투자자의 안정적 자산관리를 위해 IMA 사업 인가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 증권사 IMA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IMA는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운용해 원금에 수익을 더해 지급하는 계좌로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진다. 고객 예탁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에 주로 투자해 미리 약정한 수익률을 돌려주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비교하면 IMA는 원금보장 약속은 있지만 수익률은 실제 투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원금보장 의무가 있는 상품이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평가다. 다만 현행법상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만 허용돼 문턱이 높다.
금융투자 업계는 IMA 활성화가 획일화된 증권사 사업 모델을 다변화함으로써 증권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IMA는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업무의 중복 영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증권사 수가 50개가 넘지만) 모두가 브로커리지를 하고,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하고 채권을 운용하는 획일화된 국내 증권사 비즈니스모델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DLF와 라임 사태로 위축된 투자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끌어내고 현재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중점사업인 모험자본 공급의 통로로서 기능도 기대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A는 투자자에게는 원금을 보장하고 사업자에게는 운용역량에 따라 수익을 낼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운용역량 강화가 기대된다는 점도 순기능”이라고 말했다.
IMA가 제도화된 2016년 8월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던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도 크게 늘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9조1,931억원에 달하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자기자본을 5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다만 IMA 자본 조건을 유일하게 만족하는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7년 12월 불거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2년 이상 이어지며 인가 신청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신규 사업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아직 IMA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규정 마련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마땅한 대체투자 상품 고갈로 증권사 수익 악화가 전망되는 만큼 새로운 사업에 대한 증권 업계의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단기 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한 만큼 IMA에 대한 자기자본 규모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