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하철서 위챗도 꺼려요"...中국적 탄로날까 숨죽이는 재한 중국인들

■재한 중국인 유학생·직장인 인터뷰

코로나19에 얼어붙은 시선···“공공장소 통화·외출 꺼려”

“中 향한 부정 시선 알아”···코로나로 커질까 노심초사

상황 어렵지만 일부 한국인들 따뜻한 위로에 힘내기도

’노 재팬(NO JAPAN)’을 패러디한 ‘노 차이나(NO CHINA)’ 로고.’노 재팬(NO JAPAN)’을 패러디한 ‘노 차이나(NO CHINA)’ 로고.



“중국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내심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조금 더 이해해주길 바랐어요”

지난 20일 만난 재한 중국인 L(25)씨는 중국인 입국을 전면 거부하는 청와대 청원이 호응을 얻는 것을 보며 느끼는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 거주 6년 차인 L씨는 한국살이가 좋아 예정에 없었지만 국내 부동산 관련 기업에 취직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한국사회의 반 중국정서는 감염증만큼이나 무섭게 번지고 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중국인들은 벌써 한달 넘게 자신들과 중국을 향한 얼어붙은 시선에 숨죽이는 중이다. 이들에게 전염병 감염만큼 두려운 것은 당장 일상생활에서 마주해야 할 그들을 향한 혐오 정서다. 서울경제신문은 재한 중국인들을 만나 그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대학가 앞 양꼬치 가게에서 3년째 일하는 J(29)씨는 최근 공공장소에서 중국인임을 드러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지하철이나 버스에는 중국어가 필요한 전화는 받지 않으며 되도록 위챗(Wechat) 앱도 열지 않는다. 그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외식을 할 때도 주로 중국식당에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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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이 5년 차인 유학생 S(24)씨도 자신이 알바 근로자로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옷가게에서 일하며 부쩍 중국인 기피 현상을 목격한다. S씨는 “하루는 한국인 손님 한팀과 중국인 손님 한팀이 있었는데 중국인 손님들이 중국어로 사이즈를 묻는 걸 들은 순간 한국인 손님들이 소스라치며 매장을 나갔다”며 “중국어와 한국어를 다 할 줄 아는 나로선 그 상황이 씁쓸했다”고 전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8일 코로나19 현장점검을 위해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8일 코로나19 현장점검을 위해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반중 정서가 전국으로 뻗치고 있다. 일부 상점에서는 중국인을 방문 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일본 불매운동 당시 확산했던 ‘노 재팬(NO JAPAN)’을 패러디 한 ‘노 차이나(NO CHINA)’ 로고까지 등장했다.

재한 중국인들은 이번 사태로 일부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해온 대중국 혐오정서가 일반화되는 건 아닌지도 우려한다. L씨는 “한국인 남자친구와 교제할 때 일부 한국인이 가진 중국인에 대해서 안좋은 감정을 알게 됐다”며 “노력한다고 이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더 악화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의 특별 면담에서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인 입국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70만명이 넘게 참여했고 중국인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며 혐오 정서가 높아진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재한 중국인들을 향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경우도 있었다고 재한 중국인들은 전했다. L씨는 “사실 처음엔 코로나19가 이렇게 심각한 일인 줄 몰랐다”며 “오히려 주변 한국인 동료들이 먼저 신경 써 중국에 있는 가족들 안부를 물어봐줘서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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