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은행(IB) 비중이 높은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라임 펀드를 전혀 판매하지 않았거나 소규모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라임의 환매중단 펀드를 개인과 법인고객 모두에게 전혀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모(母)펀드 4개에 투자한 자펀드 판매현황을 보면 국내 상위 13개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중 라임 펀드를 팔지 않은 것은 하나금융투자가 유일하다. 환매중단된 라임 펀드의 경우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은 3,248억원어치를 팔았고 대신증권(1,076억원)과 메리츠증권(94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을 상대로 한 자산관리(WM) 영역보다는 기업금융과 딜소싱 등에 주력해온 하나금투의 영업방식이 이번 라임 사태를 비켜간 이유로 꼽는다. 하나금투는 순이익 중 IB 부문 비중이 58%(지난해 9월 말 기준)로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여기에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 성향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취임 전 하나금융투자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했다. 하나금투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평소 개인 상대 상품 판매를 확대하거나 개인 대상 신용공여를 통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 자기자본을 키워 IB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분야에 집중할 것을 주문해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된 후에도 개인 대상 신용공여를 하기 위한 등록을 신청하지 않았다.
하나금융투자 외에도 미래에셋대우(90억원)와 NH투자증권(183억원) 등도 증권사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판매했다. 삼성증권은 규모로만 보면 407억원이지만 전체 펀드 판매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역시 IB에 주력해온 사업구조와 내부통제가 작동한 점이 상대적으로 이번 사태에서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들 3개 증권사는 모두 이익에서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내외를 차지한다. 키움증권은 전체 판매량은 285억원이지만, 개인 판매는 없다. 온라인을 통해 주로 공모를 파는 펀드 유통구조로 라임 사태를 피해갔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 현황을 보면 WM 쪽이 강한 증권사들의 라임 펀드 판매가 많고 IB 쪽에 집중해온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높지 않았다”며 “최근 대체투자 쪽이 증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WM 쪽이 강한 증권사들이 실적 압박을 느껴 무리한 투자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