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신천지 교인이 90명을 돌파한 가운데 신천지가 보건당국의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인 감염은 대구, 영천, 청도에서 서울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어서 시민들은 신천지 교인과 그들이 이용하는 시설 이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집단행사 권고지침’을 시행했지만 신천지 행사는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행사 주최기관은 방역 조치를 충분히 병행하면서 집단행사를 추진해야 한다. 방역 조치가 곤란한 여건이라면 노인,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에 집결하는 행사는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행사를 연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신천지 행사는 지침과는 달리 다수의 교인이 한 공간에 서로 가까이 앉은 상태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커지자 교회 측은 교인들에게 외부에 신천지 교인임을 알리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만희 교주는 최근 교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며 “이 모든 시험에서, 미혹에서 이기자”고 말한 바 있다.
신천지 교인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지역사회에는 ‘신천지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신천지 총회 본부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경기도 과천 유일의 대형마트는 지난 19일 폐점 후 긴급 방역작업을 실시한 후 정상 영업 중이지만 평소에 비해 이용객이 30~40% 감소했다. 10층 건물 중 신천지가 9~10층을 사용하고 8층은 병원과 미용실, 7층은 음식점이 입점해 있는데 내방객이 급감하면서 이들 가게들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시내에 유동인구가 줄면서 커피전문점과 음식점들도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과천에 거주하는 김모(40)씨는 “신천지가 예배를 중단했지만 시내에 돌아다니기가 불안해 가급적 집에 머물고 있다”며 “식료품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신천지 교인들이 정부 당국과 지자체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선교를 위한 카페나 센터를 비롯 공공도서관 등지에서 소규모 회합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모(62)씨는 “신천지의 평소 워낙 폐쇄적이어서 일체의 집회를 금지한 당국의 권고를 얼마나 따를지 걱정”이라면서 “회합할 수 있는 카페나 도서관도 불안해서 가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 156명 중 98명이 신천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후베이성 등지와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신천지 교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