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 대한 찬성의견이 75만여건에 육박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잠잠했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에 대한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19 사태가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친중(親中) 행보를 강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32분간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방역 당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에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며 우호적인 언어들을 많이 사용했다. 시 주석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며 그런 친구는 서로를 살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각계는 관심과 위문, 많은 도움과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고려할 때 청와대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결정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19 사태가 대구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문 대통령의 친중노선도 암초를 만나게 됐다. 보수 야권은 신종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여권을 향해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등 문 대통령의 친중 노선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날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즉각 상향해야 하고 중국 방문자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며 “더 중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의 생명·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대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제와 남북관계 두 마리 토끼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관계가 악화하면 한국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도 한중 간의 특수한 관계에 기인한다. 중국 전역을 입국제한 조치 대상으로 지정한 미국 및 러시아와 달리 중국과 이웃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후베이성에 국한해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한 것도 신종 코로나 퇴치 이후 대중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제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중국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숙원인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열쇠다. 북한이 미국의 고강도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정면돌파라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이유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북한의 무역액은 수직 낙하했다. 대북제재가 심해질수록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반대로 커졌다. 2018년 전체 북한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95.5%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있어 시 주석의 존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는 것도 시 주석의 막강한 대북영향력에 있다.
‘코로나19 전국구 확산’ 암초
잠잠해지던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문 대통령의 구상도 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전날 200명을 넘어서면서 신종 코로나 19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했다. 특히 4·15 총선을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 19 확산은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종 코로나 19에 대한 정부의 방역대처 능력에 따라 4·15총선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한중관계와 신종 코로나 19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