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추경 규모와 관련해서는 최소 3조 4,000억의 예비비 이상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각각 7조 5,000억 원, 11조 6,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넘어서는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비상 경제 상황에 걸맞은‘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한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그간 추경에 선을 그었던 당정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대로 야당과 협의해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추경안을 신속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즉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서 국회에 보고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성엽 민주통합 의원모임 대표가 제안했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협조할 뜻을 밝혀 여야가 추경에 뜻을 함께한다고 판단한다”며 “정부 제출 즉시 국회 심의에 착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규모 그리고 시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예비비를 넘어서는 추경편성이 필요하다 판단한다. 정책과 예산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예비비를 신속히 집행함과 동시에 추경을 편성해 빠른 시일내 국회에 제출해 달라. 다음주 후반 예정된 코로나 종합 경기대책에서 추경의 틀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사스, 메르스 때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비비를 넘어서는 추경안 편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피해가 집중된 관광, 숙박업 등 자영업 피해 규제와 제조업 지원, 소비심리 위축을 막기 위한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편성이 필요하다”며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도 코로나19 피해가 지역 전체로 퍼져 매우 심각하나 상황이다. 지역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특별한 재정지원이 가능한 추경 편성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악화한 자영업자 그리고 대구 경북 지역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에는 개학 연기 검토 등의 종합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구, 경북은 물론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 연기를 적극 요청한다”며 “맞벌이 가정의 육아 공백 해소를 위해 가족 돌봄 휴가 적극 시행 방안 그리고 저소득 가정의 경우 돌봄 휴가 임금 지원도 적극 검토 바란다”고 밝혔다.
윤후덕 원내 수석 부대표는 추경 처리 시기와 관련해서는 “2015년 메르스 추경 당시 제출 18일만에 국회에서 의결됐는데, 지금 서둘러 추경을 편성한다면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월17일 여야가 신속 심리한다면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국회 처리는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을 앞두고 재정을 푸는 추경에 야당에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보수야당의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이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세 붓기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이날 대구 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황 대표는 “현재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이로는 부족하다”며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해 초강력 대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