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법원경매로 넘어가는 제조업 시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공장 및 공장용지 법원경매 진행 건수가 다시 5,000건을 넘어섰으며, 낙찰률도 추락하면서 10건 중 3.3건만 주인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은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여파까지 겹치면서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4년 만에 반등한 공장·공장용지 경매건수 =24일 본지가 법원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의뢰해 분석한 전국 공업시설·공장용지 경매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경매 진행 건수가 4년 만에 반등하며 다시 5,000건을 넘어섰다. 공장 및 공장용지 법원경매 진행 건수는 2016년 5,384건에서 해마다 줄어 2018년 4,646건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5,014건으로 반등한 것이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려운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주인을 찾아가는 낙찰률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찰률 현황을 보면 2017년까지 3년 연속 35.8%를 유지해오던 것이 지난해에는 33.3%로 떨어졌다. 평균 응찰자 수는 2.8명으로 전년과 동일했으며 낙찰가율은 전년과 비슷한 67.6%를 기록했다. 전국 제조업 시설 및 부지의 법원경매 지표가 최근의 경기 불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경남 심각, 서울도 경매지표 악화 = 세부적으로 보면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과 경북의 공장·공장용지 경매 건수가 확 늘었다. 경남은 2015년 618건에 이어 2017년까지는 700건대를 유지하다가 2018년 833건, 2019년에는 1,048건이 경매에 나오며 경매 건수가 1,000건을 돌파했다. 낙찰률도 2015년 30%에서 꾸준히 줄어 지난해에는 25.9%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평균 응찰자 수는 1.9명으로 전년에 이어 1명대를 유지했다. 경북은 2019년 경매건수가 680건으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600건대에 재진입했다. 낙찰률은 34.1%로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공장·공장용지 경매 건수는 2015년 263건을 기록한 이후 2018년 51건까지 해마다 감소추세였지만, 지난해 들어 65건으로 반등했다. 낙찰률은 무려 전년대비 약 20%포인트 낮은 49.2%였다. 2015년 47.9%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의 낙찰률을 기록한 것이다.
한편 올해도 제조업의 경매 진행 건수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행 건수는 늘었는데 낙찰률은 개선되지 않아 유찰되는 매물이 누적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