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코로나 피하자"...투자자 해외로 '엑소더스'

이달 21일까지 31억弗 사들여

1월 매수액 30억弗 이미 넘겨

달러 강세로 환차익까지 가능

해외주식 직구 투자 더 늘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로의 엑소더스’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내 발병으로 1차 타격을 받은 후 최근 들어 국내 확산 상황이 심각한 조짐을 보이자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달러 강세까지 나타나면서 환차익을 볼 수 있는 해외 주식 직구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1일까지 총 31억800만달러(약 3조7,900억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사들였다. 2월이 채 가지도 않았는데 지난 1월 매수액(30억8,000만달러)을 넘겼다.

특히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이달 1~21일까지 미국 주식 매수 결제 금액은 총 23억4,700만달러(약 2조8,600억원)로 지난달(23억5,500만달러) 총액에 육박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꾸준히 미국 주식 위주로 해외 주식 매수량을 늘려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외화주식 매수 결제액은 2015년 72억6,000만달러(약 8조8,500억원)에서 지난해 217억4,800만달러(약 26조5,20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매수액은 38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서 166억3,500만달러(약 20조2,700억원)로 불어났다.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대변되는 정보기술(IT) 성장주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왔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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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최근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관련 IT 성장주의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부각되자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더 쏠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생산 여건과 관련이 깊은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로 경영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온라인 콘텐츠·플랫폼은 이 같은 실물경제 흐름에 비교적 피해를 덜 받는다. 실제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테슬라, 애플 순으로 순매수가 많았다. 모두 IT 관련 대형주다.

반면 국내 증시는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한 달간 급락하며 해외 증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코스피 기준 지난달 22일 이후 이달 24일까지 8.2%나 하락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사람 간 접촉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온라인·클라우드·알고리즘 등의 산업이 주식시장에서 더 부각됐다. 이에 관련 주식의 주도력이 높은 미국 주식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비록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온라인 관련 종목은 시장 영향력이 작다는 점이 한계”라고 분석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MAGA를 비롯한 미국 주도주의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되는 기업만 산다’는 매매 패턴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환율이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경우 해외 주식을 직접 사들이려는 수요는 계속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1원 오른 1,220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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