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은 안 막고, 대구·경북만 봉쇄하나요?”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개최한 당정청 고위협의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관련해 ‘대구·경북 봉쇄 조치’가 언급된 데 대해 지역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부적절한 단어’라는 비판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둘러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마스크 하나 사려고 새벽부터 마트 앞에 줄을 서는 심정을 너무나 몰라준다”면서 “불안심리를 다독여야 할 정부가 지역민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번 ‘봉쇄’ 발언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한번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혼란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오전 당정청 협의회 직후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대구·경북 봉쇄 조치는 정부 측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동 등의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직후 대구·경북 주민은 물론 이 지역에 가족을 둔 국민들 사이에 중국 우한처럼 교통이 끊기고 이동이 차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날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대구 봉쇄’ ‘TK(대구·경북) 봉쇄 조치’ 등의 뉴스가 ‘속보’로 확산됐고 주요 검색어로 떠올랐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박모(45·여)씨는 “아침에 대구가 봉쇄된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지역에 사는 친척과 지인들의 안부 전화도 여러 통 받았다”며 “가장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 정부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40대 포항시민 김모씨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면 안심을 시켜야지 중국 봉쇄는 안 하면서 대구·경북을 봉쇄한다고 하니 정말 열 받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구 지역 누적 확진자가 이날 500명을 돌파하면서 시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 실정이다. 이마트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대구·경북 지점에서만 마스크 140만장을 판매했지만 시민들이 새벽부터 수백m의 줄을 서면서 순식간에 동난 상태다.
이번 ‘봉쇄 조치’ 발언에 대해 지역 지자체장들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구 봉쇄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 문제를 섣불리 이용해서는 안 된다. 봉쇄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의미가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중앙정부를 비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됐다. 우한 같은 폐쇄를 의미하는지, 이동제한과 자가격리 등을 조금 강하게 이야기한 것인지 충분히 파악해 이야기하겠다”며 “봉쇄까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정청이 당사자인 대북·경북과 협의조차 거치지 않고 돌출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수성갑)은 “‘봉쇄 조치’에 대해 급하게 해명하기는 했지만 왜 이런 배려 없는 언행이 계속되는지, 비통한 심정”이라며 “대구·경북민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비수가 꽂혔다. 지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는 어떠한 언행도 삼가줄 것을 호소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의 불안감 조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공식 보도자료 제목을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고 적었다. 마치 코로나19 사태가 대구에서 촉발된 것처럼 한 것이다. 이를 놓고 대구시와 시민들은 “정부가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가 중국 혐오를 조장한다며 ‘코로나19’라고 고쳐 부르더니 ‘대구 코로나’라는 말은 정부가 먼저 사용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대구·안동=손성락기자 ss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