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프로젝트에 큰 공을 세우며 인류 우주탐사의 신기원을 연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사진)이 2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1세.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존슨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존슨의 별세 사실을 알렸다. 나사는 “우리는 존슨의 용기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그가 없었다면 도달할 수 없었던 이정표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존슨의 일대기와 그가 보여준 품위는 전 세계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있다”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존슨은 1960년대 나사의 우주개발 초창기를 이끈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영화 ‘히든 피겨스(숨겨진 인물들)’의 실제 주인공이다.
존슨은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대학원에 입학해 수학을 전공했다. 1953년 나사의 전신인 미국항공자문위원회(NACA)에 입사한 그는 당시 주로 백인 여성이 맡은 ‘컴퓨터’ 직함으로 일하면서 로켓 발사체의 궤도를 계산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 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와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폴로 계획’에 참여해 로켓과 달 착륙선의 궤도를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미국인 최초로 지구궤도를 돈 우주비행사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이 당시 우주선 궤도를 계산했던 컴퓨터 ‘IBM 7090’을 신뢰하지 못해 “존슨에게 숫자를 체크하게 하라”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존슨은 지난 2008년 나사와 인터뷰에서 “‘내게 맡겨달라. 언제 어디에 착륙하고 싶은지 말해달라’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존슨은 흑인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을 받았다. 존슨의 연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자리에 남성들과 함께할 수 없다고 상사가 말하자 “내가 못 간다고 돼 있는 법이라도 있느냐”며 항의하는 존슨에 상사도 수긍했다는 일화도 있다. 존슨과 함께 나사 프로그래머였던 도로시 본과 엔지니어였던 메리 잭슨 등 흑인 여성이 우주개발에 기여한 이야기는 ‘히든 피겨스’라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60여년 만에 재조명을 받았다. 본과 잭슨은 각각 2008년과 2005년에 세상을 떴다.
존슨은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시민 최고의 상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또 미 의회는 지난해 제정한 ‘히든피겨스법’에 따라 의회 최고 훈장인 ‘골드메달’을 그에게 수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별에 닿기 위한 평생의 노력 끝에 오늘 존슨이 그 별 중 한 곳에 착륙했다”며 “수십 년간 숨겨진 인물로 살아오면서 장애물을 허물었고 나와 미셸을 포함해 수백만 명에게 영웅이 됐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