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집값의 바로미터 단지가 송파구 잠실주공 5와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다. 지난해 ‘9·13 대책’ 때에도 잠실에서 먼저 급매물이 소화되고, 그 뒤를 은마가 이으면서 강남 집값이 반등했다. 이런 가운데 주공 5단지에 이어 은마에서도 2월 들어 급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시장에서는 저가 급매물 출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5일 일선 중개업소와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들어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 급매거래가 제법 이뤄졌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실거래가 시스템에 정식 등록된 건수가 3건에 이른다. 2월 매매 거래가격을 보면 20억 5,000만 ~ 21억 8,000만원이다. 지난 1월 등록된 실거래(1건) 가격과 비교해 보면 최대 2억원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1월에는 같은 평형대가 2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2월에는 23억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최고가 대비 3억원 가량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자 2월에 거래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2·16 대책 발표 이후 세금 문제 등으로 처분해야 했던 집주인들이 증여나 급매를 통해 처분을 마친 상황”이라며 “급매를 찾는 손님은 종종 있지만 실제 급매물이 다시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잠실 주공 5단지도 급매 거래 사례가 속속 실거래가에 등재되고 있다. 전용 76.5㎡는 12·16대책 발표 이후 올 들어 18억 7,000만~19억 1,500만원 대의 급매물 거래 4건이 잇따라 등록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1월에는 18억 원대에 거래된 급매물이 2월에는 19억 원대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20억원 대 이하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2월 초순께까지 나오던 18~19억 원대 급매물이 2월 8일에서 14일 사이 며칠간 한꺼번에 거래됐다”며 “현재는 급매 물건은 모두 빠지고,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잠실 일대 일반 아파트인 트리지움 단지 역시 급매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까지 실거래로 등재된 사례가 3건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단지에서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가 다시 올라가는 분위기가 강남 집값 상승의 신호탄일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한 재건축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급매 소진 이후 거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부동산 거래는 중저가 위주 물건이 중심이고 , 15억 원 초과 초고가 주택시장은 대출규제나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일부 고가 단지의 경우 여전히 12·16 대책 발표 전 호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특사경 등 부동산 교란을 막기 위한 정부 의지도 강한 만큼 서울의 고가 아파트 시장이 이른 시간 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