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전자투표 도입 재차 요구했으나 사측 답변 없어…조속한 도입 촉구
[서울경제TV=이소연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한진(002320)그룹에 정기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권리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5일 KCGI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일 한진칼(180640) 및 한진의 이사회를 상대로 전자투표의 도입을 재차 요구했지만, 한진그룹 측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로 하여금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주총회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KCGI의 전자투표제 도입 요구는 정기주총 표 대결을 고려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연합이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인 가운데, 주주들의 출석률이 안건 통과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조원태 대표이사와 이석우 사외이사 등 2명의 한진칼 이사회 멤버의 이사회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됨에 따라 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보통결의 사항인 이사 선임안 결의를 위해서는 출석주주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원태 회장 측은 현재 △조원태 회장 6.52% △이명희 고문 5.31% △조현민 전무 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1.0% △카카오 2.0% △대한항공(003490) 사우회 등 3.80% 등 총 39.25%를 보유하고 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은 현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KCGI 17.83% △반도건설 13.30% 등 37.62%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 모두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은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총에서 관건은 출석주주 과반수 확보될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액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2.90%를 제외하면 기관 투자자들과 일반 소액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은 20.23%인데,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소액주주들이 주총장 참석을 꺼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액주주들이 참석률이 저조할 때, 주총 결의 결과는 통상적으로 기존 경영진에게 유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셈법에 따라 KCGI가 이날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재차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소액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KCGI는 이날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KCGI 측은 “조원태 대표이사의 이사직을 지키기 위해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델타항공의 투자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JV에 따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의 투자는 재무구조의 개선이 시급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이뤄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델타항공의 투자는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이뤄졌다”며 “델타항공의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CGI 측은 또한 “만약 언론보도의 내용처럼 대주주 1인의 이사직 연임을 위한 외국 항공사의 백기사 지분 확보를 위해 JV 수익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불리한 위치에 처해진다면 이는 한진그룹 경영진의 중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한진그룹의 경영진과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지분취득과 관련해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해 위법사항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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