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미뤄졌다는 연락에 불안했고 종강은 그대로라는 공지에 좌절했죠.”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김모씨는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이 있다. 코로나19로 개강은 2주 연기됐지만 종강 날짜는 그대로여서 올 1학기 수업시수가 16주에서 14주로 줄어들면서 급여도 그만큼 감소하게 됐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들은 보통 수업시수를 기준으로 급여를 받는 만큼 수업시수가 줄어들면 월급도 적게 받는다. 김씨는 “가뜩이나 빠듯한 월급인데 코로나19로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각 대학들이 개강을 미루고 수업시수는 줄이는 방향으로 올 1학기 학사일정을 변경하면서 시간강사들의 급여도 삭감될 상황이다. 서울 상위 15개 대학 중 13개 대학이 개강일을 다음달 2일에서 16일로 연기함에 따라 수업시수에도 변동이 생겼다. 서울대는 기존 15주에서 14주로, 서강대와 한양대는 기존 16주에서 14주로 줄었다.
수업시수가 줄면 시간강사의 급여도 감소한다. 가령 3학점 강의(주당 3시간 수업)를 맡은 강사는 수업시수가 2주 줄어들면 6시간어치의 급여를 받지 못한다. 김씨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 이후 대학들이 편법으로 시간강사가 맡는 강의 수를 줄인 상황에서 2주 치 손실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들은 시간강사에게 보충수업을 통해 줄어든 급여를 상쇄할 것을 권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일례로 A대학은 강사들에게 오는 6월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보충수업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모든 수업에 대해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게 강사들의 주장이다. 시간강사는 보통 대형 교양강의를 맡기 때문에 수십~수백명에 달하는 수강생들과 시간을 조율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보강 기간이 일주일이 되더라도 절대적인 수업시수가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국립대 시간강사는 “학생들과 일정 조율이 안 돼 보충수업을 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종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는 어학당 강사들은 코로나19로 겨울학기 강의가 중도에 중단되면서 이미 급여 삭감이 현실화했다. 한 대학 어학당 강사는 “코로나19로 지난달 말 강의가 일시 중단되면서 수업시수가 8주에서 7주로 줄었다”며 “직장인들은 유급휴가를 가지만 강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 1학기에도 어학당 강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 학기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에 맞게 강의가 개설되는데 코로나19로 수강생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상 학기당 8~9개의 반을 개설했던 숙명여대 숙명글로벌어학원은 올 1학기에는 6개의 반을 개설할 예정이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사에게 강의료는 곧 생활임금”이라며 “여름학기를 미루는 등 보충수업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 임금 손실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곽윤아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