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벌써 13兆 조달...미리 돈 끌어모으는 기업들

코로나19로 현금흐름 악화 우려

회사채 발행 작년수준 훌쩍 넘어

등급 낮은 곳은 사모사채 눈돌려




하반기 경기 침체 전망이 짙어지면서 미리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향후 현금 흐름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 회사채 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3조4,380억원에 달한다. 역대급 발행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같은 기간(11조2,47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관투자가들의 초과주문(오버부킹)이 이어지면서 당초 조달 계획보다 증액 발행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25일 기준 총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8조7,000억원이었지만 매수 주문은 34조원에 육박했다. 조달 계획 규모보다 약 4배 이상 많은 자금이 사전청약에 몰리면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늘렸다. 하반기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미리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들의 영업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악화를 경고해왔다. 고용과 소비·수출·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 코로나19 사태 등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시장 둔화와 수출입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매유통·의류·외식·주류 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반도체·디스플레이, 화학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 전망이 ‘긍정적’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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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경쟁률도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등급 하락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로 투자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은 사모사채 발행으로 눈을 돌렸다. 호텔롯데·두산인프라코어·SK건설 등 A급 이하 기업들은 가산금리를 조금 얹어주는 대신 사모 시장을 찾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밖에 GS이앤알·SK매직·한국타이어테크놀리지 등도 다음달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 줄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곳은 △SK이노베이션·종합화학 △LG화학 △LG디스플레이 △이마트 △더케이손해보험 등 5곳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한국의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던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주 전망치를 1.8%로 하향 조정했다. 만약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이 6월 말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도 향후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기존 2.1%에서 최대 0.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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